日 ‘삼성 흠집내기’ 전방위 공세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일본의 ‘삼성 타도’ 및 ‘삼성 흠집 내기’ 공세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언론, 문화 영역 등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일부 신문과 방송은 이른바 ‘삼성의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하고 있으며, 인기 대중만화도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삼성이 특검 파동과 리더십 위축 등으로 주춤거리는 사이에 소니와 도시바 등 일본 기업의 ‘삼성 추격’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의 일본 법인인 ‘일본 삼성’은 지난달 17일 일본 아사히TV의 주말 시사 프로그램인 ‘선데이 프로젝트’에서 방영된 ‘독자추적 삼성 뇌물 의혹-세계 톱 기업의 대(大)스캔들’ 프로그램의 전문을 번역해 삼성 본사에 보고했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삼성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인터뷰했다’면서 “삼성은 정부 고관 등에게 뿌리기 위해 비자금 4000억 엔(약 4조 원) 이상을 준비했다”는 김 변호사 등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또 “(삼성에서) 돈으로 사람을 매수 회유하는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책무다” “삼성은 내게 범죄를 지시했다” 등의 주장도 여과 없이 방영했다.

또 삼성과 같은 한국형 경영에 대해 ‘세습으로 계승되는 왕조(王朝) 자본주의’라고 주장한 한 경영 컨설턴트의 발언도 전파를 탔다.

반면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이른바 ‘떡값’을 준 의혹이 특검 조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은 프로그램 말미에 삼성 측 반론으로 간단히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임원은 “김 변호사뿐 아니라 승진 차별 등을 이유로 삼성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전직 삼성 직원 최모 씨 등 ‘반(反)삼성’ 관계자들의 발언만 집중 보도한 악의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일본에서 총 300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만화 ‘시마 시리즈’에 등장하는 삼성전자가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회사로 묘사되는 것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3월 발간된 ‘시마 시리즈’ 4권에서는 삼성전자를 의미하는 ‘솜산(ソムサン)전자’가 일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고 위장 사업가를 관련자에게 접근시키고, 중요한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를 탈취하기 위해 강도까지 고용하는 회사로 그려졌다.

삼성 측은 “솜산전자를 묘사하는 어휘는 ‘비정한’ ‘탈취’ ‘은밀히 매입’ 등 부정적인 표현이 대다수”라며 “M&A 시도에 대해서도 ‘일본 국익의 유출’ ‘일본 기술의 자존심 수호’ 등을 강조해 삼성에 대한 경계심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때문에 뺏긴 ‘일본=전자산업 세계 1등’이란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일본 민관(民官)이 총공세를 펴는 것 같다고 삼성 측은 분석했다.

실제로 소니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의 대표적 가전 전시회인 ‘IFA 2008’에서 삼성전자 전시부스(3900m²)의 1.5배에 달하는 6000m² 규모로 전시관을 만들어 유럽 TV 시장 총공세에 나섰다. 소니는 북미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도 1위 삼성전자를 추월하려고 가격 인하 공세를 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세계 3위의 반도체 업체인 일본 도시바도 같은 일본 업체인 후지쓰와의 자본 업무 제휴 등을 통해 세계 2위인 삼성전자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일본 기업들은 삼성의 경쟁자이자 삼성 반도체나 LCD 패널을 구입하는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며 “이 때문에 일본을 상대로 한 싸움은 매우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데 사실상의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요즘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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