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9월 ‘3대 악재’ 잘 넘을까

  • 입력 2008년 8월 31일 20시 08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9월 중 한국 경제는 채권, 외환, 수출 3개 부문에서 각각 예고된 악재의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9월에만 67억 달러의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몰려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는 하락)에 따른 물가 불안도 심상치 않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경기의 급속한 냉각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3대 악재의 위험이 이미 시장에 알려진 것이어서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 금융시장과 경기 동향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9월 금융위기설'

9월에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몰려있다는 이유로 금융권에서 제기된 '9월 금융위기설'은 여전히 불씨가 살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에 만기를 맞는 외국인 보유 채권은 67억1000만 달러.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투자한 채권을 팔고 빠져나가면 달러 부족으로 환율과 금리가 오르고 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게 위기설의 시나리오다.

정부와 한은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한은은 외국인 보유 채권의 9월 만기 물량이 5월 84억 달러에서 현재 67억1000만 달러로 줄었고, 만기가 되는 채권 중 상당수가 재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은 측은 "외국인 채권 순매도가 6~7월 경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8월 들어 25일까지 6억9000만 달러 순 매입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차익거래' 유인이 커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자금공급으로 투자은행의 단기자금 사정이 나아져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이 일시에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한국의 '대외 지불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방어를 하면서 외환보유액이 7월에만 106억 달러 줄었고 같은 달 경상수지도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단기외채 1400억~1500억 달러 중 상당수가 외국계 은행 본점에서 한국 지점으로 보낸 자금이나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조선업체 등의 선물환 매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불안 우려

최근 국제유가가 110달러 대로 떨어져 급한 불은 껐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7월 28일 1006.0원에서 8월29일 1089.0원으로 83원 올랐다. 유럽 등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외환당국도 국제 유가하락과 달러화 강세의 대세 속에 7월처럼 공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향후 3년간 각각 평균 0.10%포인트, 0.04%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의 움직임이 국제 유가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반면 환율 상승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동준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1150원까지 뚜렷한 저항선을 찾기 어렵다"면서도 "환율이 1100원까지 올라도 유가가 110달러에 머물면 소비자물가는 7월보다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세계경기 둔화 수출에 위협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 경기가 급속한 둔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도 올림픽 직후부터 투자와 소비가 줄고 물가가 치솟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2분기(4~6월)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국은 세금환급 조치 등에 힘입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 예상을 웃도는 성장을 했다. 하지만 세금환급 효과가 사라지는 4분기(10~12월) 이후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7월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늘어 두 자리 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 속에서 이 같은 '나홀로 수출 증가'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개발도상국 대상 수출이 여전히 성장세에 있지만 내년부터 선진국 경기 둔화가 개도국 경제에 본격적으로 파급되면 지금과 같은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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