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면 글로벌시장서 뜬다”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국내소비자들 제품 장단점 금방 알아 품질개선 조언까지

프로슈머문화 정착… 해외브랜드 ‘테스트마켓’으로 주목

“흡수가 느린 편이네요. 끈적거리기까지 하고요.”

“이렇게 향이 강해서야 쓸 수 있겠습니까. 남성용이라면 향이 은은해야죠.”

로레알코리아는 지난해 ‘비쉬’ 브랜드의 남성용 로션 신제품을 내놓기 전 50여 명의 한국 남성에게 샘플을 미리 나눠주고 의견을 받았다.

1 대 1 면담을 통해 남성들은 자신이 느낀 제품의 단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결국 이 제품은 1년여의 테스트 기간에 7차례의 보완을 한 뒤에야 진열대에 올랐다.

이 로션은 원래 한국에서만 팔기 위해 기획된 제품이었지만 현재 중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로레알차이나가 “중국에서도 팔겠다”고 제안해 온 것이다.

한국 시장이 해외 브랜드의 ‘테스트 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반응이 빠를 뿐 아니라 ‘좋다’ ‘나쁘다’는 의견을 명확히 말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화장품도, 와인도…

뉴트로지나도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새 클렌징 오일 제품을 내놓기 전 한국 여성 350여 명에게 먼저 사용해보게 한 뒤 일일이 인터뷰를 했다.

이 회사는 한국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해 유분을 줄이고 모공을 씻어줄 수 있도록 개선했다. 피부 노화를 막아준다고 알려진 녹차 성분도 넣었다. 이 제품은 올해 4월부터 대만, 홍콩 등에서도 팔리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팔리고 있는 상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한국오르비스는 2005년부터 팔기 시작한 파운데이션 제품을 올해 4월 다시 내놓았다. 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입자를 더 곱게 만들고 색도 밝게 만들어 달라’고 의견을 올리자 이를 받아들여 제품을 개선한 것이다.

‘일레큐’ 와인을 만든 유니비티스 조합은 올해 3월 이 와인을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한국 소비자들은 신제품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한국 시장에서 이 와인이 30대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자 영국, 독일 등의 수입회사도 30대 남성들에게 맞춘 마케팅을 기획 중이다.

○ 해외 외식업계, “한국을 배우자”

외식업계에서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 자체 개발한 메뉴나 서비스를 해외에서 배워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9월부터 찹쌀 도넛과 곡물을 갈아 넣은 라테를 팔기 시작했다. 참살이(웰빙) 바람이 부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메뉴들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 제품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필리핀, 미국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여름에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실 수 있었던 팥으로 만든 프라푸치노(얼음을 갈아 넣은 음료)도 한국에서 기획한 상품. 여름만 되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팥빙수를 파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이 음료는 한국 외에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미국 매장에서도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롸이즈온이 운영하는 베니건스 서울 압구정점은 지난해 9월 기존의 초록색 사선 무늬 대신 원목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를 도입했다. 매장을 재단장한 직후 미국 베니건스 본사 직원들이 방문해 매장 인테리어와 직원 서비스 태도 등을 꼼꼼히 조사해 갔다.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의 반응에 주목하는 데 대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는 자신의 소비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는 ‘프로슈밍’ 문화가 잘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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