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누적 순매도액, 매입 앞질렀다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올 증시 31조 ‘셀 코리아’ 여파 총 9조 매도 우위로

코스닥 3년만에 500선 붕괴… 코스피도 28P 빠져

외국인투자가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결과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16년간 외국인이 매도한 누적금액이 매입한 누적액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국내 증시에서 빠져 나간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자금보다 많아졌다는 뜻으로, 최근 심화하고 있는 외국인 ‘셀 코리아’의 상징적인 결과물로 해석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20일까지 국내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31조9124억 원어치를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해 증시 개방 이후 연도별 순매도액 최고치를 상반기(1∼6월) 중에 경신했다.

이런 결과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22조7904억 원어치(누적금액 기준)의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20일 현재에는 9조1220억 원어치의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1년 만에 매입한 주식보다는 팔아치운 주식 금액이 더 많아진 셈.

이에 따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4년 7월 43.9%로 고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해 19일 현재는 30.3%(237조70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외국인의 주식 잔액에는 국내 직접투자로 들어왔다 기업이 국내에서 상장된 주식이나 해외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를 국내 주식으로 바꾼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증권업계는 현재 외국인이 보유 잔액 기준으로 최소 100조 원 정도의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 도보은 시장분석팀장은 “외국인은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가 재발할 때마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의 수급기반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코스닥지수가 거의 3년 만에 500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21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9.73포인트(1.93%) 내린 495.15에 마감됐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500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5년 8월 30일(497.96) 이후 처음이다. 2005년 8월 31일 이후 500 선 이상을 유지했던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7월 800 선대를 돌파했다가 1년여 만에 3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세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NHN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내린 게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도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28.12포인트(1.83%) 내린 1,512.59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건설주들이 급락했다. 하락률은 GS건설 ―8.68%, 대우건설 ―7.41%, 두산건설 ―6.92%, 현대건설 ―6.80%, 삼성물산 ―6.53% 등이었다.

전날 7.63% 반등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면서 3.63%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0.77% 내리는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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