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5년 ‘준조세 기만’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부담금 항목 24개 없애고 23개 새로 만들어

《노무현 정부가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준(準)조세로 불리는 각종 부담금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없어진 부담금 수만큼 새 부담금 항목을 추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에게 제출한 ‘부담금 정비실적 및 신규 부담금 신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4개의 부담금을 폐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3개를 신설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100개였던 부담금 총항목은 지난해 말 101개로 1개가 더 늘었다.》

시기별로 보면 2003년에는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상 공동부담금’ 등 8개 항목이 없어진 반면 기반시설부담금 등 6개 항목이 추가됐다. 2004년에는 폐지 항목은 없고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부담금’ 등 2개가 순증했다.

2005년에는 ‘도시공원법상 원인자 부담금’이 없어진 대신 ‘지하수 이용 부담금’이 추가됐다. 2006년에는 폐지 8개, 신설 6개, 2007년에는 폐지 7개, 신설 8개였다.

정부와 국회는 무분별한 부담금 신설을 막기 위해 2001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3년에 한 번씩 각 부담금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 시점인 2003년과 2006년에만 폐지 항목이 신설 항목보다 많았을 뿐 나머지 시기에는 모두 신설 항목이 더 많거나 같았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담금 징수액은 연평균 11.9% 늘어 같은 기간 국세 수입 증가율(9.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0.2% 늘어난 14조3650억 원의 부담금이 걷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담금 징수 총액 비율도 2003년 1.2%에서 2007년 1.6%로 높아졌다.

정부가 주기적으로 부담금을 정비한다고 하지만 ‘광물수입부과금 및 판매수익금 부담금’ ‘댐 수익자 부담금’ ‘부대공사비용 부담금’ 등은 지난해 징수 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존속돼 수박 겉핥기식 정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부담금은 원인 행위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만 부과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거의 없는 걷기 쉬운 세금”이라며 “중소기업일수록 법인세를 조금 줄여주는 것보다 부담금을 없애주는 게 더 낫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일부러 100개 정도로 부담금 수를 유지해 온 게 아니라 각 부처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시한 항목을 면밀히 심사해 신설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부담금 운영 평가계획을 마련해 항목별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들어 폐지된 부담금은 ‘농어촌도로 손괴자 부담금’ 등 3개이고 신설 항목은 ‘기반시설 설치비용 부담금’ 등 2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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