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감초’로… 와인 안주로… 치즈시장 훌쩍 컸네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충남 공주시 남양유업 공주공장. 한아름만 한 지름의 쿠커(솥)에서 걸쭉하게 녹은 치즈가 깔때기로 옮겨졌다. 치즈가 만들어지는 첫 단계다. 깔때기로 옮겨진 치즈 액체는 파이프를 타고 기계로 흘러 들어갔다. 치즈가 제품의 모양을 갖추고 포장되는 과정은 모두 이 밀폐된 기계 속에서 자동화로 진행된다. 잠시라도 공기와 접촉해 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진규 남양유업 생산2부문장은 “치즈는 산소와 접촉할수록 지방이 산화돼 맛이 떨어진다”며 “최근 고급 치즈의 주문이 늘어 첨단 설비를 새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드빈치’라는 치즈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11종류의 제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2년 숙성한 ‘빈티지 치즈’를 주원료로 아몬드와 햄, 녹차 등이 함유된 퓨전 치즈를 개발했다. 본격적인 치즈 시장 공략을 위해 3월 50여억 원을 투자해 치즈 제조 기계를 최신 설비로 바꾸기도 했다.

현재 국내 치즈시장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각각 48%와 38%의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1989년부터 치즈 사업을 해왔지만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던 남양유업이 분유와 우유, 음료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치즈 사업을 최근 미래 주력 사업으로 선정했다. 다른 유제품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치즈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10%가량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0년 1600억 원이던 치즈 시장은 올해 3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低)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어린이가 주소비층인 유유의 판매량은 매년 4% 정도 줄고 있다. 지난해 분유 시장도 2000년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제품업계는 치즈 시장의 성장 이유로 우선 ‘참살이(웰빙) 바람’을 꼽고 있다. ‘치즈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서울우유의 박난희 치즈사업본부 과장은 “다양한 치즈를 응용한 요리를 맛본 성인들이 치즈의 주소비층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 중 하나로 치즈가 꼽히면서 와인 소비 증가와 함께 치즈 소비도 동반 상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남양유업이 치즈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빅2’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도 신상품을 속속 개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최근 라면이나 부대찌개 등에 넣는 국물요리 전용 치즈인 ‘라면애(愛) 치즈’를 내놨다. 이 회사는 요리에 쓰이는 치즈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일유업도 지난달 ‘짜먹는 까망베르 치즈’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회사는 해외에서 77종류의 자연 치즈를 수입해 판매하며 치즈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공주=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수영(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장은지(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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