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철소 ‘서해안 랜드마크’로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의 핵심설비인 제1고로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10월 완공되는 제1고로는 높이 110m, 지름 17m 규모로 설계됐다. 사진 제공 현대제철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의 핵심설비인 제1고로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10월 완공되는 제1고로는 높이 110m, 지름 17m 규모로 설계됐다. 사진 제공 현대제철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공정 25% 순항… 2011년 완공 세계 10위권에

지난달 31일 오후 2시경 충남 당진군 송악면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공사 현장.

뿌연 흙먼지가 날리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건설 자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 행렬이 바쁘게 움직였다. 꼬리에 꼬리를 문 모습이 서울 시내 러시아워를 방불케 했다.

현장 중심부로 들어가자 육중한 건설 중장비 수백 대가 둔탁한 기계음을 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흙을 파는 굴착기에서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옮기는 크레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량했던 허허벌판에 대형 철골 구조물도 우뚝 섰다.

한국 산업에서 또 하나의 ‘심장’ 역할을 할 현대제철 일관제철소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 국책사업에 맞먹는 대역사(大役事)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는 5년간 사업비 5조8400억 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 11년간 4조8000억 원을 들인 서해안고속도로나 8년간 7조4500억 원을 투입한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국책 사업에 비견되는 규모다.

초대형 공사인 만큼 쏟아 붓는 물량도 상상을 초월한다. 완공 때까지 동원되는 건설 중장비는 약 50만 대, 콘크리트는 228만5000m³로 아파트 2만4000채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지반 조성을 위해 땅속에 박아 넣은 30m짜리 콘크리트 기둥만도 10만 개로 서울과 부산을 네 차례 가까이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2006년 10월 27일 당진 갯벌에서 첫 삽을 뜬 일관제철소는 2010년 1월 1차 준공, 2011년 1월에는 최종 완공될 계획이다.

전체 용지 446만2830m²(약 135만 평) 중 바다를 메워 만드는 항만공사는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용지 조성 공사는 공정이 96%에 이른다. 고로(高爐·용광로) 및 원료 저장 설비도 용지 위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체 공정이 25%를 넘어섰다.

현대제철은 연간 총생산량 800만 t 규모의 고로 2기가 완공되면 현재 1050만 t 규모의 조강생산 능력이 1850만 t 규모로 확대되면서 세계 10위권의 철강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문식 현대제철 사장은 “당초 목표보다 공사 진행 속도가 빠른 데다 연구소에서 첫 생산 물량부터 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만큼 2010년 1월부터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첨단 환경 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을 목표로 삼았다. 철강은 공해유발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않는 한 추가 설비 증설이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최초로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을 도입했다. 제철 원료인 철광석이나 석탄을 야적장에 쌓아두면 그 가루가 주변으로 날아가 공해를 유발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아예 밀폐형 창고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덕분에 건설 중인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은 현재 세계 각국 제철소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할 제품 품질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기존 제철소들이 설비 가동 초기에 저급 제품을 먼저 생산하고 일정 기간 경험을 쌓은 후 고급 제품 비율을 높이는 방식에서 탈피해 처음부터 고급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관제철소가 완공되기 전부터 연구소를 두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현대제철 연구소장인 박준철 부사장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주고객인 만큼 가동 초기부터 철강의 꽃이라는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代)를 이은 ‘제철 사랑’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현장을 찾았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3번째로 한 달에 2번꼴로 찾은 셈이다.

정 회장이 일관제철소 현장을 자주 찾는 것은 이 사업에 그만큼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부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함께 1970년대 말부터 일관제철소 사업 진출을 추진해 왔던 만큼 ‘필생의 역작’으로 여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 회장의 ‘기업가적 본능’이 일관제철소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 상당수의 계열사가 철강재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제철소를 가지면 계열사의 원가를 절감시키는 것은 물론 수직 계열화에 따른 수익성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정 회장의 ‘제철 사랑’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당진=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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