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뭇가사리 먹고 자동차가 달린다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한국생산기술硏 新에너지 개발 현장 르포

28일 오전 충남 천안시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신(新)에너지팀 실험실.

해조류인 우뭇가사리를 바짝 말려 분쇄기에 넣고 빻자 연한 갈색을 띤 분말로 변했다. 분말을 황산과 함께 분해기에 넣고 돌리자 좀 더 진한 갈색의 액체로 바뀌었고, 미생물을 첨가하자 액체는 다시 맑은 갈색을 띠었다.

한 연구원이 우뭇가사리 발효액을 증류기에 넣자 투명한 증류액이 한두 방울씩 비커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증류액을 방화(防火) 처리된 책상 위에 떨어뜨린 뒤 라이터 불을 켜자 알코올램프처럼 환한 불빛을 내며 타올랐다. 음식 재료로만 알았던 우뭇가사리가 자동차도 움직일 수 있는 에탄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뭇가사리 연료를 만드는 과정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낯설지가 않았다. 고두밥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액체를 증류한 뒤 술로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다.

연구책임자인 생산기술연구원 김경수 환경에너지본부장은 “해조류를 바이오에탄올로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양조 과정과 다르지 않다”며 “우뭇가사리 등 해조류에 고유가 상황을 극복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해법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매스(Biomass·생물자원) 기술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뭇가사리는 단위 면적당 얻을 수 있는 에탄올 양이 옥수수나 사탕수수보다 6배나 많은 데다 “먹을 곡식도 부족한데 한가하게 자동차 연료를 만든다”는 지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분야는 생산기술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이 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신성장동력 사업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국내에서 관련 특허 3건을 출원한 데 이어 세계특허 출원까지 해놓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도 올해 6월 해조류의 일종인 구멍갈파래를 이용해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으며 최근 제주도에 시험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를 사업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물산과 SK네트웍스 등이 지분을 투자한 페가서스 인터내셔널은 해조류를 이용해 종이의 원료인 펄프 생산을 시도하다 최근 바이오에탄올 사업으로 다각화했다.

팜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사업에 본격 뛰어든 삼성물산은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사업의 난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옥수수 1t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에탄올은 평균 338L에 이르지만 우뭇가사리를 활용한 생산기술은 299L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목표치인 330L 정도가 되면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핵심 원천기술을 한국이 보유한 만큼 경제성을 확보하면 세계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도 바이오연료 상용화 방안을 내놓아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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