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BMW GM도요타…글로벌 질주 비결 ‘노사 한둥지’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는 것은 노사 모두의 과제이며 노조도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데 나서고 있다 ”

(하르무트 마이너 독일 금속노조 지부장)

“미국 자동차산업이 존속하려면 노조가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리고 공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

(로널드 제틀핑거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뭉쳐야 산다” 勞는 생산성 높이고 使는 복지·재교육 적극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의 공통분모는 ‘노사상생’으로 통한다. 한둥지를 튼 노사가 긴밀히 협력해야 거세지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감대와 노사상생의 기조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노사 간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단단해졌다.

○ BMW의 유연한 조직문화

BMW 공장 근무자들은 ‘아주 특별한 계좌’를 갖고 있다. 돈이 아닌 시간을 입금하는 계좌다. 근무자들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35시간을 넘겨 일할 때마다 초과된 시간을 ‘근무시간 계좌’에 적립한다. 근무자들은 초과 근무 수당 대신 계좌에 적립된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계좌에 적립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200시간.

1986년부터 시작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도 독특하다. 근로자들은 이 제도에 따라 3주에 한 번씩 근무 요일을 선택할 수 있다. 작업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를 시작한 뒤 공장의 가동시간은 주 80시간에서 99시간으로 늘었고 생산성은 24% 이상 향상됐다.

이처럼 유연한 조직문화는 ‘50년 연속 흑자’와 ‘20년 무파업’이란 신화를 낳았다. BMW의 국내 생산량은 1996년 57만 대에서 2005년 85만 대로 늘어 국내 생산 증가율이 세계 15대 자동차업체 중 최고인 49.1%를 기록했다.

노사상생의 노력은 브랜드 가치도 빛냈다. 유럽의 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트렌덴스(Trendence)’ 2006년 조사에서 BMW는 엔지니어링, 경제 분야의 가장 인기 있는 기업으로 꼽혔다. 인력컨설팅업체 ‘유니버섬(Universum)’의 2007년 조사는 BMW 그룹이 독일의 경제학자, 엔지니어, 자연과학자, IT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임을 입증했다.

임직원의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도 BMW의 경쟁력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직원교육에 투자한 비용은 184만 유로다. 직원의 1년 평균 교육시간은 약 1.8일.

BMW는 ‘개인능력개발’ 프로그램으로 맞춤형 교육도 실시한다. 개인마다 역량 테스트를 한 뒤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는 것. 이 테스트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돕는 기본 정보가 된다.

○ GM, 뼈저린 교훈으로 상생 터득

미국의 최대 자동차회사 GM은 지난해 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획기적인 협약을 이끌어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성으로 유명한 UAW는 GM과의 협의로 기존에 회사가 부담하던 전·현직 근로자와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노조 부담으로 전환했다.

또 GM의 노조는 전통적인 교섭 원칙을 깨고 앞으로 4년간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대신 회사 측은 미국 내 투자 확대, 공장 폐쇄 중단, 아웃소싱의 사내화, 임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이러한 획기적인 전환이 있기까지 GM노사는 ‘1998년 대파업’의 뼈저린 교훈을 겪어야 했다.

1998년 6월 GM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54일간 장기 파업을 벌였다. 29개 공장 가운데 27곳이 생산을 멈췄고 회사는 20억 달러를 웃도는 손해를 봤다. 이 파업은 그해 2분기(4∼6월)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떨어뜨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노조도 얻은 게 없긴 마찬가지였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에 따라 요구조건 관철은커녕 월급만 잃었다.

파업 투쟁 실패 후 GM 노조에서 강경파는 힘을 잃었고 대신 온건파가 주류로 부상했다. 노조상생을 강조하는 온건파로 파업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쓰라린 경험 뒤에 화합의 분위기가 자리잡으며 노사상생 교육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시의 GM-UAW 인력개발센터에서는 UAW가 직접 직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SPQRC’라는 대원칙으로 진행된다. 이는 ‘안전(Safety)’, ‘인간(People)’, ‘질(Quality)’, ‘대응(Responsiveness)’, ‘비용(Cost)’을 의미한다.

이곳에는 GM노사의 상생 경험을 배워 가려는 다른 산업체 간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혼다 노조의 주인의식

혼다 노조가 마지막으로 파업을 한 때는 1957년이다. 노조가 반세기가 넘도록 무파업 역사를 이어온 비결은 회사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설명된다. 이 회사에는 ‘파업은 자해(自害)행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경영진의 유별난 노사상생 경영철학이 직원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혼다 사장은 “종업원의 고용을 지키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과 흑자를 내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품을 많이 팔수록 좋다고 해서 공장을 더 지었다가 수요가 줄 때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혼다는 차를 더 팔 수 있더라도 생산능력을 조금 부족하게 유지한다”고 밝힐 정도다.

이 같은 경영철학에 따라 혼다는 일본 국내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2년 전 혼다는 30년 만에 일본 사이타마 현에 새 공장을 건설한다는 소식으로 ‘공장건설 U턴’ 바람을 예고했다.

국내 투자 덕에 2008년 회계연도(2008년 3월 현재)에 일본 국내에서 수출된 차량은 69만5678대로 2007년 회계연도의 수출량보다 7.8% 늘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뼈저린 ‘파업교훈’…55년의 무분규▼

도요타 노조 상생 앞장… 회사는 평생 교육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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