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옥석 가릴 때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9월 수도권 일부 전매제한 피하려 묻지마식 투자 열풍…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곳도 많아 조심해야

오피스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돈이 각종 규제로 묶인 아파트를 대신해 오피스텔 투자로 몰려드는 것. 특히 9월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오피스텔 전매가 제한되면서 이를 피해 분양받으려는 투자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에 앞서 입지와 역세권 여부, 임대 회전율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서울 구로-마포-영등포구 등 가격 하락

오피스텔 가격이 전반적으로는 올랐지만 가격이 떨어진 곳도 적지 않다.

22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서울 강북구(―1.27%)와 경기 의왕(―1.29%) 하남시(―4.92%), 인천 남동(―2.66%) 연수구(―7.95%) 등의 오피스텔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A오피스텔 66m²(20평형)는 현재 1억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분양가격이 1억2960만 원임을 고려하면 거의 3000만 원 가까이 떨어진 것.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주변에 여관들이 몰려있는 데다 동(棟) 간 간격도 좁아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2006년에 입주한 S아파텔(전용률이 높은 오피스텔의 일종) 83m²(25평형)도 분양가격 2억4041만 원에 비해 2000만∼3000만 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 구로, 마포, 영등포구 등을 중심으로 분양가격보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진 오피스텔이 적지 않다.

유엔알컨설팅의 이재익 과장은 “오피스텔은 가격 상승기에 있지만 지하철역에서 떨어진 66m² 이상 중대형 오피스텔 등은 선호도가 낮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전세 낀 소형오피스텔 찾아보기 힘들어

오피스텔 투자가 인기를 끈 것은 무엇보다 소액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1억 원 미만의 40m²(12평형) 오피스텔을 전세를 끼고 사면 보통 3000만, 4000만 원 선에서 매수할 수 있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역세권의 소형 오피스텔은 전세 비율이 매매가 대비 60∼70%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오피스텔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소형 오피스텔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 과장은 “중대형 오피스텔일수록 전월세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현재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물량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9월부터 수도권에서 오피스텔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실시되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유망 물량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아파트 등에 비해 주거용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오피스텔을 비인기 지역에서 매수하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자금이 장기간 묶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공급 부족은 여전할 듯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은 곳에 위치한 소형 오피스텔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투자 가치는 있을 것으로 본다.

오피스텔은 2002년에 수도권에서만 약 10만 실이 공급됐다. 당시 공급과잉으로 공실률이 높았고 분양가 이하로 거래되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 신규공급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수도권 공급물량은 3583실까지 축소됐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형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독신자 등 소규모 가구는 계속 늘고 있어 실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소형 아파트 등의 부족으로 인기 주거지 배후지역의 오피스텔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최근 단독주택의 재건축 등이 쉬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오피스텔의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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