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本 流 呂 宮 秀 茶… 한자이름 상품 장수할까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요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보면 상품 진열대에 유난히 한자(漢字) 이름이 많이 눈에 띕니다. 이전에 화장품 ‘설화수(雪花秀)’, ‘후(后)’ 등 일부 제품군에만 간간이 쓰이던 한자 이름이 부쩍 늘었습니다.

2월 생리대 ‘본(本)’을 시작으로 3월에는 차 음료 ‘류(流)’, 4월에는 샴푸 ‘려(呂)’가 선보였습니다. 이 밖에 분유 ‘앱솔루트 궁(宮)’이나 ‘아기사랑 수(秀)’와 음료 ‘17차(茶)’나 ‘미(美) 초’ 등도 한자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입니다.

유통업계에선 이런 짧은 한자 이름이 제품 특징을 나타내기 쉬워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신세계백화점 이제덕 가공식품팀장은 “한자를 활용한 상품은 상품 이미지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한자만으로 제대로 ‘설명’이 잘 안 되는 제품에는 따로 한글 설명이 붙기도 하지요. 음료 ‘류’ 앞에는 ‘내 몸에 흐를’이라는 글자가, ‘려’에는 ‘아름다움을 다스리는’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한자 이름이 단지 유행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자 이름 상품이 한두 개 성공하니까 뒤쫓아 이름 짓기를 했다는 거지요.

이처럼 유행을 따라가는 네이밍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2000년 초 제과업계는 신세대를 겨냥해 축약어를 많이 썼습니다. ‘야유요(야, 우리가 원하는 건 요거)’ ‘아이쫀(아이 쫀득해)’ ‘쏘야(소고기와 야채) 포테칩’ 등이 나왔습니다. ‘T=I(튀는 아이를 발음대로 쓴 것)’라는 암호 같은 이름의 과자도 있었죠.

2006년부터는 상품의 특징을 표현한 긴 이름이 유행했습니다.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 숨쉬는 우유’ ‘조개와 멸치로 맛을 낸 된장’ ‘계란을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 등입니다.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나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이름도 기억하시죠.

이처럼 긴 이름의 제품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나온 것이 정반대 경향의 짧은 한자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름이 좋다고 무조건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유행하는 이름 뒤에 숨은 ‘품질의 차이’를 파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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