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짐작은 했지만 해도 너무한 수입물가 暴利

  • 입력 2008년 6월 1일 23시 13분


평균 수입가격이 2만7000원대인 멕시코산 리바이스와 A&F, AE 브랜드의 남성청바지가 한국에서 10만∼20만 원에 팔리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90개 수입물품의 1분기 수입가격을 보면 쇠고기 유모차 운동화의 경우 수입가격보다 3, 4배에서 심지어 7배까지 비싼 가격에 팔린다. 해도 너무한 폭리다.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들은 물류와 마케팅 비용, 인건비와 이윤을 포함하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물가가 비교적 비싼 선진국들과 비교하더라도 가격이 훨씬 높은 편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7개 품목의 생활물가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미국 브랜드 스타벅스 커피는 미국 영국 일본의 1.6배였다. 똑같은 원두를 쓰는 커피가 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이유가 서울의 땅값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도쿄의 땅값도 우리 이상으로 비싸다. 업체들이 소비자의 외제 브랜드 선호심리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수입품은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 물가를 잡는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이 주로 소비하는 수입품들은 지나친 유통마진으로 물가를 되레 자극한다. 수입품 가격이 너무 높다 보니 국민은 외국에 나가면 쇼핑 물건으로 여행용 가방을 가득 채운다. 외국 상점의 가격표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충동구매 심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소비가 여행 서비스 수지 만성적자를 키우는 한 요인이다.

업체들의 폭리가 가능한 것은 비싸도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엔 고가 수입품을 소비할 수 있는 여유계층이 존재한다. 이들의 무조건적 외제 선호는 가격구조를 왜곡시킨다. 디자이너 진태옥 씨는 “수입명품이라는 단어는 자존심 상한다. 그냥 수입품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과 가격을 따지기보다 외제 브랜드만 좇는 소비행태를 겨냥한 말이다. 고유가 고물가 시대, 수입 및 유통업체의 반성과 함께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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