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북적’ 올해는 ‘썰렁’…기업도시 당진 왜?

  • 입력 2008년 5월 28일 02시 59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생적 기업도시로 손꼽히던 충남 당진군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도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생적 기업도시로 손꼽히던 충남 당진군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도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6일 오후 충남 당진군 송악면 복운리. 지난해부터 현대제철과 관련 업체 직원들이 몰려들어 ‘이주단지’로도 불리는 곳이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업소는 문을 닫은 곳이 더 많다. 사무실은 텅 비어 있고, 출입문에는 ‘상가 임대’라는 글이 붙어 있다. 우림부동산컨설팅 이준범 사장은 “지난해 말까지는 거래가 활발했지만 최근 공장 용지를 찾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겼다”며 “중개업소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자생적 기업도시로 주목받았던 충남 당진군의 기업 유치가 최근 주춤한 상태다. 》

당진은 2004년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관련 기업과 인구가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업들이 당진 이전을 망설이고 있다.

당진군 관계자들은 “그동안 당진 경제의 ‘순항’은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 성격이 컸다.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없게 된 업체들이 서울과 멀지 않고 항만이 있는 당진으로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도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갑자기 끊긴 기업 유치

당진군은 2007년 한 해 동안 270개 기업을 유치했다. 올해 기업 유치 목표는 300개. 그러나 27일 현재 47개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 당진군에서 공장 용지를 알아보던 수도권 기업인 H금속, D에스틱, S기공 등은 수도권 규제완화 소식이 들린 올해 초부터 당진군에 발걸음을 끊었다. 올해 기업 유치나 산업단지 분양은 수도권에서 먼 곳일수록 실적이 저조하다는 게 당진군의 설명이다.

당진군 오성환 지방경제과장은 “당진군은 올해 합덕, 석문국가산업단지를 분양할 예정이지만 당초 세웠던 기업 유치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수도권 기업에 공장 이전을 상담해주던 당진상공회의소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당진상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지난해 말까지 공장 용지를 찾는다는 문의전화가 하루 10통 이상 걸려왔지만 요즘 들어서는 문의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당진군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시(市) 승격에서 탈락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외지인의 주소를 불법 이전하다 문제가 된 것. 당진상의 윤수일 회장은 “시로 승격되지 않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떨어져 중소기업에서 연봉 2000만 원 이상을 줘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직 생활기반 시설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당진군으로 공장을 옮긴 A사의 직원은 “학교가 멀어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등교해야 하는 데다 금융, 쇼핑시설 등이 부족해 가족과 함께 이주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 불투명해진 ‘기업도시’의 성공

당진군의 체감 경기가 당장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올해 토지보상금 등으로 1조2000억 원이 풀리는 데다 2008년은 현대제철이 짓고 있는 일관제철소 공사에 인력과 자금 투입이 최고조에 이르는 해다.

그러나 ‘기업도시 당진군’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민종기 당진군수는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것은 좋지만 지방 도시들이 자생적 기업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위임, 공장 용지 조성을 위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새로운 인센티브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만 노릴 게 아니라 교육, 문화, 쇼핑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며 “그래야만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당진=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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