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동네슈퍼는 웃는다?

  • 입력 2008년 5월 28일 02시 59분


“자가용 타고 대형마트 가는 대신 집 근처서 배달” 알뜰쇼핑족 늘어

지난해 결혼한 주부 김연준(30·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결혼 초기 남편과 함께 집에서 5km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주말 일과였다. 하지만 요즘은 아파트단지 근처 슈퍼마켓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한다.

김 씨는 “평소에는 10∼15분이면 갈 거리를 주말만 되면 도로 체증에 주차난까지 겹쳐 점포까지 가는 데 1시간 넘게 걸린다”며 “기름 값을 생각하면 당일 먹을 식재료만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의 호황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슈퍼마켓이 고유가시대의 새로운 쇼핑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슈퍼마켓은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었다. 해태와 GS 등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기업형 슈퍼마켓이 등장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의 활약에 슈퍼마켓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0년대 당시 관련 업계 1위였던 해태슈퍼는 모(母)기업의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휘발유값이 L당 2000원을 넘는 등 급등세가 이어지자 주부들이 다시 집 근처 슈퍼마켓을 찾고 있다.

27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5일까지 GS수퍼마켓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고객은 7.8% 늘었다.

이 회사 전봉주 관악점장은 “대형마트는 주차와 쇼핑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충동구매의 가능성이 높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상품만 사는 ‘실속형’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를 14일에 한 번꼴로 찾는 반면 슈퍼마켓은 3.5일에 한 번씩 방문한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슈퍼마켓의 배달서비스도 주부들에게 인기다. 대형마트는 7만∼8만 원 이상 구입해야 무료로 배달해 주지만 슈퍼마켓은 2만∼3만 원어치만 사도 공짜로 배달해 준다. 롯데슈퍼는 가격과 상관없이 배달해 준다.

인터넷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기존 20, 30대 젊은 층에서 40, 50대 중 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슈퍼마켓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가 주문하면 매장 직원이 직접 장을 봐 배달해 준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GS인터넷슈퍼의 이달 주문 건수는 지난해보다 43% 늘었다.

이처럼 슈퍼마켓을 찾는 고객들이 늘자 업계도 점포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슈퍼마켓 업계는 점포 수 기준으로 GS수퍼마켓과 롯데슈퍼가 각각 89개 점포를 갖고 있고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가 74개다. GS수퍼마켓과 롯데슈퍼는 연내에 점포를 각각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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