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세 도대체 언제 내리나” 실수요자들 발만 동동

  • 입력 2008년 5월 26일 19시 41분


“인수위 발표 믿고 기다렸는데 연체료 부담”

지방세 감소분 보전이 걸림돌… 시기 불투명

올해 초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3억5000만 원 상당의 중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려던 회사원 장모씨(36)는 내 집 마련 시기를 조금 미뤘다. 새 정부가 취득등록세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세금을 수백만 원 덜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취득세 인하만 기다리던 장씨는 "어찌된 영문인지 통 소식이 없다. 도대체 내리기는 내리는 거냐"며 의아해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10억 원에 분양받은 주상복합 아파트에 다음달 중순 입주하는 자영업자 최모씨(45)는 한두 달가량 잔금을 연체할지 고민 중이다.

최씨는 "잔금을 납부하면 곧바로 취득·등록세를 내야한다"며 "세율이 낮아지면 1000만 원 정도 세금이 줄어든다는데 수 십 만원의 연체금을 내면서 취득·등록세가 인하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 초 발표된 부동산 취득·등록세 인하가 넉 달째 미뤄지면서 세금 인하를 기대하며 기다려왔던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관련 부처들조차 "현재로서는 시행시기를 점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세금 내리기는 하는 건가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올해 1월초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현행 2%인 부동산 취득·등록세를 1%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법안이 17대 국회 내에 처리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어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도 인수위 방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세법이 개정돼 3월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정부 방침대로 취득·등록세가 절반으로 낮춰지면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부가세를 포함해 실거래가 3억 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부과되는 거래세는 현행 660만 원에서 330만 원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내집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입을 늦추기도 했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잔금 납부를 미루기도 했다. 잔금을 내고 나면 곧바로 취득·등록세를 내야하기 때문.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취득·등록세가 인하된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들이 시행 시기와 방향에 대해 협의를 벌였지만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취득·등록세 인하를 기다리던 주택 구입 예정자들은 "세금을 내리는 건 맞는냐"며 답답해하고 있다.

●정부 "시행시기 미정"

취득·등록세 인하 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지방자치단체에 세금 감소분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의 문제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취득·등록세를 1%포인트 낮추면 지방세 수입이 연간 1조5100억 원 정도 줄어든다며 지방소비세나 지방소득세와 같은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정부는 이같은 행안부의 주장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행안부와 재정부는 결국 "추후 다시 논의해보자"며 취득·등록세 인하를 위한 협의를 중단했다.

당초 3월로 예상됐던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행안부와 재정부는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수도 있고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취득·등록세 인하 대상을 1주택자가 집을 옮기는 경우로 제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 정부 방침이 발표 된지 넉달이 지나도록 시행 여부와 시기, 대상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정부 발표만 믿고 내집 마련을 미뤄온 잠재 수요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며 "인하를 할 것인지, 인하한다면 언제부터 할 것인지 등을 빨리 결정해야 시장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