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3G, 이중고 허덕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SK텔레콤과 KTF의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잦아 1000만여 명에 이르는 3G 가입자의 불편이 큽니다. 지난해 8월 이후 공식 확인된 대형 불통 사고만 7건에 이릅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이동통신 서비스가 기존의 2세대(2G)에서 3G로 바뀌는 데 드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으로 이 현상을 풀이해 봤습니다.

전환비용이란 소비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비용 지출 때문에 소비자들이 서비스 변경을 꺼리게 되죠.

지난해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과 KTF는 소비자의 3G 전환비용을 줄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마케팅 비용이 2006년보다 1조1300억 원이나 더 늘었습니다.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수많은 ‘3G 공짜폰’이 등장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공짜폰 잔치’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3G 가입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1년여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죠.

하지만 마케팅에 무리하게 돈을 쏟아 붓는 바람에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F는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1755억 원밖에 늘리지 못했습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2G 가입자를 3G로 이동시키는 전환비용을 전폭 지원한 반면 3G 통화품질을 높이는 데는 소홀했다는 의미입니다.

SK텔레콤과 KTF는 앞으로 더 큰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2G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약 2700만 명의 가입자를 위해 2G망 투자를 계속해야 합니다. 2G와 3G망에 동시 투자해야 하는 이중고(二重苦)를 없애려면 2700만 가입자를 빨리 3G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잇따른 3G의 불통 사고로 2G에서 3G로 옮기는 소비자의 전환비용은 더욱 높아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없애려면 보조금을 더 늘려야만 합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가입자가 3G로 전환한다고 해도 투자 재원이 되는 통신업체의 매출액이 아직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이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3G 서비스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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