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상환능력 갈수록 악화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한 해 가처분소득 1000만원인 가계

202만원은 대출원금-이자로 나간다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말 현재 1.48배로 2004년 말 1.27배에서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보다 빚이 더 빨리 늘어나 결과적으로 빚 갚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개인의 소득에서 세금 등을 뺀 순처분가능소득은 2007년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지만 같은 기간 금융부채는 전년 대비 10.4% 늘어 소득증가율을 앞섰다.

이는 또 미국(1.39배), 일본(1.17배·2006년 말 기준)에 비해 꽤 높은 수준이다.

빚이 느는 것과 함께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계 금융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7년 연평균 5.16%로 2006년(4.48%)보다 많이 올랐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도 2005년 7.8%에서 2007년 9.5%로 늘었다.

또 한은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SC제일 농협 등 6개 금융회사의 2007년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자료를 토대로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부담률을 추정한 결과 20.2%로 나타났다. 한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이 1000만 원이면 202만 원을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및 이자로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2005년 말 15.3%에서 2006년 19.3%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의 순저축률은 2004년 5.7%에서 2007년 2.3%로 낮아져 미래에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도 점차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의 건전성 △가계의 채무 부담 능력 △기업의 채무 부담 능력 △금융시장 △국내 경제 △세계 경제 등 6개 금융 부문별 안정성을 한 도표에 표시한 금융안정지도를 처음으로 작성해 공개했다.

2007년 4∼9월과 2007년 10월∼2008년 3월의 두 기간을 지도를 통해 비교한 결과 전반적으로 금융 불안정성이 커졌으며 특히 세계 경제 부문의 불안정성이 많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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