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농산물 빗장 먼저 푸는게 협상 관건

  • 입력 2008년 4월 21일 21시 24분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에 합의하면서 2004년 중단된 한일 FTA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일본이 농수산물 시장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개방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방침이어서 협상이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2003년 12월부터 6차례 FTA 협상을 벌였지만 일본 측이 농수산물시장 개방 등 우리 측의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2004년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일 양국의 온도차

일본은 한일 FTA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농업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거대 시장과는 FTA 협상에 나서지 못해 'FTA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하고 EU와 FTA 협상에 나서자 일본 내에서는 제3위의 교역상대국인 한국과 FTA 협상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불이익을 막고 주변국과 적극적인 FTA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FTA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일본이 농산물 시장 등에 대한 적극적인 개방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협상을 재개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일 FTA가 체결이 되면 대(對)일 무역수지 적자의 중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농산물시장 개방 등 4대 쟁점이 협상재개의 관건

우리 측은 이번 실무협의를 통해 농수산물 시장 개방 등 일본 측의 FTA 협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우리 측은 90% 이상의 시장 개방을 요구한 반면, 일본 측은 56%만 개방하겠다고 버티다가 2004년 협상이 중단됐다.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 이전과 투자를 늘려 제조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도 일본 측에 요구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양국의 관세율은 한국은 12.1%, 일본은 5.6%로 일본의 관세장벽이 더 낮아 시장 개방이 되면 한국 주력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대일 무역적자는 64억 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폐쇄적인 일본의 비관세 장벽과 정부 조달시장 개방,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도 협상 재개의 걸림돌로 분석된다.

●2004년 협상 당시와는 다르다

일본 측이 자국내 반발이 큰 농산물 시장 개방 대신 자동차 관세 철폐 유예 등의 깜짝 카드를 내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이 "농수산물 시장 개방은 원칙의 문제이며 교환할 성격이 아니다"라는 방침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대일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비중이 2003년 28.3%에서 37.7%로 높아졌고, 일본의 대한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비율도 같은 기간 57.3%에서 77.1%로 높아져 FTA 협상을 진행하는 여건이 이전보다 나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기술 이전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견해 차를 좁힐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4년과 비교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FTA를 통해 양국이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