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과반의석 확보, 부동산 봄바람 불까 기대했는데…

  • 입력 2008년 4월 13일 19시 38분


"버블세븐 지역 집값은 정부에 물어보라."

총선 이후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을 전망하면서 이런 말을 자주 쓴다.

수요, 공급 등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다른 변수는 변동의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완화 등 이른바 '정책 변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총선이 끝났지만 재건축 규제 등 핵심 규제를 푸는 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시장상황이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연구실장 등의 도움을 받아 총선 이후 규제완화 여부 및 집값 추이를 전망해 봤다.

●정부 "핵심규제 완화 당장 검토 안 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가시적인 신호는 정부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서울 강북지역의 집값 불안을 잡기 위해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등 시장안정 대책을 내놨다.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재건축부담금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집값 안정기조가 더욱 확고하게 정착될 때까지 완화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견해다.

향후 규제를 풀더라도 초과이익 환수방안을 철저히 마련한 뒤 완화 여부와 범위 등을 검토한다는 단서도 붙어 있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도 투기가 다시 일어날 우려 때문에 당장 풀릴 가능성이 적다.

●거래세 인하 등 제한적 완화는 가능성 있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것은 집값이 다시 폭등하면 개혁정책 추진은 물론이고 정권의 존립 기반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 내부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거나, 여야가 완화하기로 이미 합의한 부동산 규제부터 제한적으로 완화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올해 초 인하하기로 합의한 대로 취득·등록세 세율을 현행 2%에서 1%로 내리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로 완화하는 방안과 서울, 경기 과천시,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의 양도세 면제 기준을 현행 '3년 보유, 2년 거주'에서 다른 지역처럼 '3년 보유'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집값, 강보합 속 지역분화 가속

총선 이후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주 0.08% 내렸다. 강북지역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노원구도 최근 대책이 발표된 직후 매수 문의가 줄고 호가(呼價) 상승도 멈추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대책 발표 이후 일시 진정된 강북지역에 수요가 다시 몰릴 가능성이 충분하고, 강북 도심은 뉴타운 등 개발 호재(好材)가 많다는 점을 들어 향후 집값은 강보합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실수요와 호재가 많은 강북에서는 집값이 강세를 띠고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강남에서는 실망 매물이 늘어나는 등 주택시장에서는 앞으로 '지역 분화' 현상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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