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 “버블세븐이라고?… 우린 달라!”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1. 변호사 A 씨는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프레미어 142m²(43평형)를 16억5000만 원에 샀다. 집값이 급등한 직후였다. 최근 중대형 고가(高價) 아파트 값이 약세라고는 하지만 그의 아파트는 살 때보다 1억 원 이상 올랐다.

#2. 대기업 임원 B 씨는 같은 시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195m²(58평형) 아파트를 15억3000만 원에 샀다. 이 아파트는 1년 남짓 새 1억 원 떨어졌다. 그나마 수요도 거의 끊어졌다.

최근 수도권의 중대형(전용면적 85m², 25.7평 이상) 아파트 시장에서 ‘옥석(玉石) 가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가격을 유지하는 단지가 많은 반면,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 용인시 등에서는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중개업계는 “2006년 급등한 집값의 거품이 차별적으로 빠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

○ 많이 오르고 조금 떨어지는 서울 강남

28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가운데 강남구(―1.61%)와 서초구(―1.44%)는 최근 1년간 하락률이 1%대에 그쳤다.

반면 목동(―4.93%)과 평촌신도시(―4.39%), 용인시(―3.89%)는 집값 하락률이 컸다. 동아일보가 닥터아파트와 함께 버블세븐 지역의 최근 2년간(2006년 3월 27일∼2008년 3월 27일) 3.3m²(1평)당 평균 매매가 변동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가 570만 원 올라 1위였다. 이어 서초구가 428만 원 올랐다. 다음으로 평촌신도시(365만 원) 송파구(324만 원) 순이었고, 용인시(197만 원)는 꼴찌였다.

강남구과 서초구의 중대형 아파트는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조금 내려 2년간 전체적으로 오름폭이 컸다는 얘기다. 반면 분당신도시, 용인시 등은 오름폭은 강남보다 작았는데 하락 폭은 비교적 컸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6차 171m²(52평형)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가 내리는 추세인데도 평균 매매가가 지난해 3월 23억5000만 원에서 24억5000만 원으로 1억 원 올랐다. 최근 2년간 상승 폭은 6억2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상승이다.

용인시 죽전동 D아파트 109m²는 2006년 3월 이후 1년간 9000만 원 올랐다가 2007년 3월 이후 6500만 원 내렸다. 분당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도 비슷한 가격 변동을 보였다.

○ 탄탄한 실수요가 핵심 변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시장에서 지역별로 가격 하락폭이 다른 이유는 ‘실수요’다.

집값 상승기에는 투기적 수요가 겹쳐 주변지역도 덩달아 오르지만, 침체기에는 가수요 거품부터 꺼진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구와 서초구는 뛰어난 교육여건, 폭넓은 배후 업무시설 등으로 대기 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살던 대기업 임원 K(47) 씨 사례는 최근 옥석 가리기 현상을 잘 보여 준다. 그는 지난해 12월 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132m²(40평형)대 아파트를 6억5000만 원에 팔았다. 그 대신 서울 서초구 잠원동 106m²(32평형) 아파트를 10억 원에 사서 이사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강남지역에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2006년 9911채 수준이던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주상복합아파트 포함) 준공량은 지난해 3863채로 감소했다.

반면 용인시와 분당신도시, 평촌신도시의 중대형은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 열풍을 타고 형성됐던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판교신도시 후광 효과’라는 재료에 의존해 가격이 호가(呼價) 위주로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금 증가의 영향도 강남·서초구와 나머지 지역에서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용인시와 분당신도시 등에서는 세금 부담이 늘자 매물이 증가하고 있지만 강남·서초구에서는 오히려 매물이 줄었다.

박 부사장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은 강남 아파트는 계속 보유하고 나머지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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