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한입 맛볼까” 토종펀드 첫 수출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미래에셋 상반기 홍콩 ‘데뷔’… 美-유럽에도 진출

미래에셋그룹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 홍콩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 그룹이 만든 펀드를 판매한다. 한국에서 만든 공모(公募) 펀드가 해외로 수출되는 것이다. 한국의 자산운용사가 자사 상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역외펀드 설정과 관련해 룩셈부르크 당국의 승인 절차가 거의 마무리돼 최종 승인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해외법인 설립에 대한 조율을 마친 뒤 이르면 5, 6월 중 홍콩부터 펀드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의 해외 판매가 이뤄지면 한국 기업들이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손쉬운 경로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펀드 수출국으로서 한국 금융시장의 위상도 높아지게 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자산운용사들이 국제시장에서 자국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 수출 1호 펀드 승인 절차 거의 끝나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은 1월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올해 자산운용사는 미국과 유럽에 판매망을 구축해 펀드 해외 판매의 실질적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1년여 전부터 룩셈부르크에서 역외펀드 승인 절차를 밟아왔다. 룩셈부르크는 세계 20여 개국과 금융상품 교차승인 협약을 맺은 나라. 이 때문에 미국 등의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도 해외에서 펀드 상품을 팔려고 할 때 룩셈부르크에서 펀드를 설정한다.

미래에셋이 수출할 펀드는 여러 펀드를 한 펀드로 재구성하는 ‘엄브렐러 펀드’다. 한국의 주식형 펀드, 중국 펀드, 인도 펀드, 아시아태평양 펀드 등 각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와 원자재, 정보기술(IT) 등 특정 부문이나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 펀드’ 등 총 9개의 펀드가 이 펀드의 하위 펀드로 편입된다.

펀드 운용은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들이 맡는다.

○ 아시아에서 시작해 유럽, 미국에도 판매망 구축

미래에셋 측은 룩셈부르크에서의 인가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자마자 홍콩에서 펀드를 팔 수 있도록 홍콩 내 씨티은행, HSBC, 로컬 은행들과 접촉하며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어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한 뒤 유럽, 미국 지역으로 판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미국 내 펀드 판매를 위해 현지에 실무진을 파견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주로 재무설계사(FA)를 통해 판매되는 미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FA를 많이 보유한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에서는 미래에셋 펀드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펀드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 지역에 맞는 접근방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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