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경제연구소장 “연구원 4명인 미니연구소지만…”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재야의 고수’라고요? 저희가 왜 재야입니까. 엄연한 민간 기업인데.” 조곤조곤 말하던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사진) 소장은 ‘재야’라는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재야라는 말에는 뭔가 투쟁적이고 저항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언론에 경제학자라고 나오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연구원 4명인 미니연구소지만 엄연히 수익 내는 민간기업이죠”

자신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사업가’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연구소는 학회에 등록하지도 않았고, 제가 학교에서 강의를 한 적도 없다”며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김 소장을 25일 경기 고양시의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연구소라지만 오피스텔의 방 두 개를 틔운 70m² 남짓한 공간에 파티션을 설치하고 컴퓨터와 전화기 등을 놓은 단출한 살림이었다.

○ 정부 정책-연구기관 거침없이 평가

김 소장은 ‘돈키호테’ ‘재야의 고수’라는 별명 아래 제도권이 그를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보는 듯했다. 거칠게 말해 “무시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가 정부기관 또는 대기업 소속인 현실에서 연구원 4명의 이 미니 연구소는 어떤 면으로 봐도 특이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격주로 내는 정책보고서는 전방위인 데다 거침없다. 지난해 낸 보고서에는 “지금까지 증시에 투입된 대규모 자금은 주가 2000포인트의 허수를 만든 채 사실상 매몰됐다”거나 “한국의 지방 아파트 시장은 붕괴 직전”이라는 지적들을 담았다.

2003년 김광수경제연구소가 3년간 펴낸 보고서를 재정리 보완해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를 펴냈을 때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서평·추천사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이 책을 추천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연구소에 대한 김 소장의 평가는 신랄하다. 객관성과 효율성이 없다는 거다.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거쳐 가는 곳’으로 여기고 있는데 거기 무슨 노하우가 축적되겠습니까. 한국의 대기업연구소가 과연 중립적일 수 있습니까.”

연구소가 이달 발간한 ‘한국경제의 도전’과 ‘중국의 기업을 해부한다’ 두 권의 책은 지난해 낸 보고서 묶음집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도전’에서 빈곤 문제와 부동산·증시의 거품을 지적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 환율-투자 감각 없는 중소기업 돕고파

김 소장의 경제보고서가 이름을 얻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12월.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에서 일하던 그는 우왕좌왕하는 관료들을 보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외환위기 분석보고서 500부를 무작정 청와대와 정부 부처로 보냈다.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고건 당시 서울시장 등이 보고서를 읽고 그에게 “한번 만나자”며 연락을 해왔다.

그 뒤로 노무라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계속 ‘김광수경제보고서’를 만들어 정부 관료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2000년 그가 노무라연구소에서 나와 개인경제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에는 ‘그게 되겠느냐’는 시선이 많았다.

재경부 국장이던 권오규 전 부총리는 “보고서는 정말 훌륭하지만 경제연구소 설립은 너무 앞서나간 거다. 다른 데 가서 대장 노릇 하는 게 어떠냐”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 뒤로 8년. 연간 300만 원을 내고 연구소의 보고서를 받는 회원이 수십 명이고, 연간 20만 원을 내고 정식 보고서의 일부인 경제시평을 받아보는 회원이 350명가량이다. 아직 대단한 수익을 만들어내는 정도는 아니다. “여태까지 버텨온 게 기적”이라는 게 솔직한 자평이다.

김 소장은 “중간 규모의 기업에 수준 높은 기업컨설팅을 해주고 그에 맞는 돈을 받는 게 목표”라며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상당수가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데도 환율이나 해외투자 등에 감각이 없어 고생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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