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뛰는 금값 위에 나는 주식 있었다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뭐니 뭐니해도 금(金)이 최고란 통념이 있다.

그래서 투자가들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 그 덕분에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1온스(31.1035g·트로이온스의 줄임말로 28.35g인 일반 온스와 차이가 있음)당 350달러 수준에서 미동도 하지 않던 금값이 최근 3년 사이 3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 1000달러를 돌파했다.

심지어 조만간 2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황금이라는 금속,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의 식민지 개척역사도 따지고 보면 엘도라도(전설 속 황금의 도시)를 찾기 위한 탐욕의 부산물이다.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앞당긴 것도 1849년 캘리포니아의 골드 러시였다. 금이 이처럼 귀한 금속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실생활에는 사실 없어도(?) 그만이다. 금 수요의 70% 정도가 반지나 장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이를 입증한다.

그나마 금이 유용했다면 화폐로 통용됐던 기간 중 물가 안정에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하에서 금 1온스를 35달러로 태환한다는 합의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인플레이션 시대를 무사히 넘겼다.

하지만 미국이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급기야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금으로 몽땅 바꿔 달라”는 프랑스의 요구에 미국이 손을 든 것이 바로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한 금값은 지난 200년 동안 얼마나 올랐을까? ‘장기 투자로서의 주식(Stocks for the long run)’이란 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와튼 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1800년부터 지금까지 금은 액면가 기준으로 약 40배 올랐다. 이 기간 중 금을 사지 않고 연이율 5%짜리 예금에 가입했다면 복리로 늘어나 2만2000배 정도 불었다. 어디 정기예금뿐이랴? 땅이든 주식이든 다들 수만 배씩 올랐다.

물론 금은 20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해도 달리 반박할 근거는 없다. 다만 때로는 과거에서 교훈을 찾는 것도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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