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없나요?” 중개소서 번호표 교부 진풍경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재개발 이주 수요와 봄철 이사철이 겹치면서 서울 강북권의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부족해 이사할 예정인 사람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재개발 이주 수요와 봄철 이사철이 겹치면서 서울 강북권의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부족해 이사할 예정인 사람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집값 술렁이는 강북 부동산시장 르포

《10일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이곳에서는 번호가 적힌 종이 한 장씩을 받은 사람이 서너 명씩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종이는 전세 물량이 나오면 차례로 소개해주기로 약속한 일종의 대기표. 찾는 사람은 많고 전세 물량이 없다 보니 공인중개업소에서 고육책으로 생각해 낸 방법이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던 김지윤 씨는 “올해 9월 결혼을 앞두고 미리 전셋집을 찾고 있지만 아파트 전세는 아예 없고 다가구주택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성공인의 김종철 부장은 “하루에도 5, 6건의 소형 아파트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오지만 전세 물량이 없어 대기표만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서울 강북권의 전세난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개발 이주 수요와 봄철 이사 수요가 겹친 데다 전세난을 우려한 예비 신혼부부도 전셋집 구하기에 나서면서다.

○ 전세난 강북 전지역 확산

서울 성동구와 은평구 등 일부 강북 지역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세난은 점차 강북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3구(도봉 노원 강북구)의 전세금은 전달보다 0.29% 올랐다. 특히 노원구와 서대문구는 각각 0.41%, 0.57% 상승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1차’ 아파트 79m²(24평형)는 지난해 말에 전세금이 1억3000만 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2000만 원 이상 올랐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86m²(26평형) 참누리아파트 전세금도 지난해보다 3000만 원 가까이 상승한 1억4000만 원.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 중 하나인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현대2차 아파트 96m²(29평형)도 2년 전보다 4500만 원 이상 올라 2억 원에 호가(呼價)가 형성됐다.

전세 물량 자체도 찾기 어렵다.

지난해만 해도 1억1000만 원이면 구할 수 있었던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삼성아파트 79m²(24평형)는 올해 전세금이 2000만 원 이상 올랐지만 나온 물량이 거의 없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 60m²(18평형)도 지난해보다 1000만 원 이상 오른 가격으로도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토지방 공인중개사무소 이은비 사장은 “뉴타운 등 재개발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세금이 오른 만큼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고 신규 물량이 쏟아질 때까지는 전세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부는 소형 주택으로 눈 돌려

전세금이 오른 데다 물량 자체가 적어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자들이 소형주택 매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삼호아파트 106m²(32평형)에 전세로 사는 조금자 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3000만 원이나 올려달라는 바람에 돈을 더 보태 홍은동의 빌라를 1억9000만 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과 북가좌동에서는 이런 소형주택 매매 수요를 겨냥해 소규모 다가구주택의 건축 바람도 불고 있다. 보통 대지 지분 33m²에 59m²(18평형) 정도 주택으로 2억 원 안팎에서 구입이 가능하지만 나오는 즉시 팔려나간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일부 아파트에서는 부동산중개업소와 부녀회가 연계해 3.3m²당 가격 선을 정해 그 이하로는 집을 내놓지 않기로 담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역민은 “해당 아파트 부녀회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가격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정해 놓은 기준 이하로 물건을 내놓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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