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 광주 공장 르포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1분


주부 눈높이 맞춘 ‘드럼 업’ 히트

주문 밀려 풀가동 ‘행복한 비명’

지금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처지에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한때는 ‘잘나가던’ 기업이었다.

1990년대 중반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이던 공기방울세탁기를 하루라도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공급받기 위해 가전제품 대리점 사장들이 공장 앞에 장사진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대우일렉은 ‘대우 사태’를 겪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고, 가전업계의 양강(兩强)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한참 뒤진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요즘 이 회사에 따뜻한 봄볕이 들기 시작했다. 신제품 세탁기인 드럼 업이 약진하면서 ‘제2의 공기방울 신화’를 재현하려는 희망에 들떠 있다.

○ ‘공기방울 신화’ 다시 한 번

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장덕동 대우일렉 공장.

105m의 드럼 업 생산라인에 서 있는 40여 명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각의 텅 빈 금형(金型)이 86kg짜리 반짝이는 신제품으로 만들어져 포장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정도.

손정태 공장장은 “선(先)주문이 몰리면서 설 연휴와 주말에도 라인을 돌렸고 평일에도 4시간씩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럼 업은 대우일렉이 3년간 정성을 쏟아 개발한 제품이다. 주부들이 세탁물을 꺼내고 조작 버튼을 누르려면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기존 세탁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드럼의 높이를 11cm 올리고 버튼 위치도 측면에서 상단부로 바꿨다. 빨기 힘든 운동화 세탁 기능도 선보였다.

오찬서 국내영업본부장은 “주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 게 인기 비결”이라며 “사내(社內)에서는 ‘드럼 업의 기세를 냉장고 에어컨도 이어 나가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대우일렉의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최근 몇 년간 5% 수준에 그쳤으나 올해 목표는 ‘20% 돌파’로 크게 늘려 잡았다. 3000대 정도에 그쳤던 월 판매량이 드럼 업 덕분에 최근 1만 대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 해외 ‘대우 브랜드 파워’는 여전

대우일렉의 ‘브랜드 파워’는 해외 시장에서 더 알아준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이 회사의 액정표시장치(LCD) TV는 지난해 북유럽 노르웨이 시장에서 삼성전자, 필립스(네덜란드), LG전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설립 14년째를 맞는 대우일렉의 베트남법인은 가전 시장 점유율 30%대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2006년에는 베트남 정부가 선정하는 ‘100대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러시아 서부지역 칼리닌그라드에도 지난해 드럼세탁기 공장을 준공하고 독립국가연합(CIS)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손 공장장은 “며칠 전 이집트 바이어가 광주공장을 방문해 드럼 업 수입 문제를 상담하고 갔다”며 “대우의 해외 브랜드 파워가 녹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광주=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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