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 30년]<2>진화하는 ‘경제 공룡’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中 자동차, 내수시장도 약진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해 고도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던 중국은 이제 국내 시장에서 토종기업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안후이 성 우후 시에 있는 치루이 자동차 제2조립공장에서 자동차들이 마지막 검사를 받고 있다. 안후이 성 5개 국유투자공사가 1997년 공동 설립한 치루이는 10여 년 만에 내수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업체로 성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中 자동차, 내수시장도 약진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해 고도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던 중국은 이제 국내 시장에서 토종기업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안후이 성 우후 시에 있는 치루이 자동차 제2조립공장에서 자동차들이 마지막 검사를 받고 있다. 안후이 성 5개 국유투자공사가 1997년 공동 설립한 치루이는 10여 년 만에 내수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업체로 성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경제 기자
김경제 기자
中 기업-자본 세계로… “이젠 MaDe in China 시대”

“外資 무턱대고 받지 말고 ‘중국産’ 경쟁력 키워라”

민간기업 수출 비중 2002년 4.2% → 작년 20.3%

국부펀드는 모건스탠리 지분 인수 등 ‘M&A 큰손’

《“세계 자본을 중국으로” 대신 이젠 “중국 자본을 세계로”. 개혁개방 30년을 맞는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시대에 외국의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매진하던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는 토종기업의 육성과 세계 진출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전 세계에 ‘제2의 차이나 쇼크’를 불러올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급성장을 세계는 ‘차이나 쇼크’라며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두 번째 쇼크는 폭과 깊이에서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 자본 유치에서 쩌우추취(走出去·밖으로 진출)로

“중국이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인 월스트리트를 사들이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외환투자공사(CIC)가 미국의 간판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지분 9.9%를 50억 달러에 사들여 제2 주주로 떠올랐다.”(2007년 12월 21일 미 언론)

“미국 재무부 산하 대외투자위원회(CFIUS)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그룹이 미국 통신보안업체인 스리콤(3Com)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거래를 불허했다. 스리콤이 미 국방부에 네트워크 보안장비와 기술을 지원해 중국 업체에 보안이 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2008년 1월 21일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이 일으킨 파장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국이 CIC의 모건스탠리 지분 인수에 긴장한 것은 ‘차이나 달러’의 미 공습이 본격화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CIC는 지난해 5월에도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지분 9.3%를 30억 달러에 인수했다. 10월에는 미국 베어스턴스도 중국의 중신(中信)증권으로부터 10억 달러를 제휴 형식으로 지원받았다.

중국은 2007년을 분기점으로 ‘해외 투자 초과국’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중국의 인수합병(M&A) 관련 해외 투자는 301억 달러로 외국 자본의 중국 투자 251억 달러보다 많았다.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기업과 자본이 세계무대를 누비며 재계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과 자본의 해외 진출에 각국과 기업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규모 자체도 크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차례에 걸쳐 ‘대외 국별 산업별 지도 목록’을 작성했다. 각 나라의 투자 또는 인수 장려 산업 분야를 기업들에 제시하고 투자를 장려하는 내용이다.

2005년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41억8000만 달러)를 비롯해 외국의 에너지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인수가 많은 것도 중국 기업의 M&A가 ‘정책적인 구도와 전략’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시장만 내주지 말고 토종기업 키워라”

6년여 전인 2001년 10월, 기자가 중국 난징(南京)에서 만난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사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이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다소의 ‘자랑’을 섞어 들려주었다.

“1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을 논의하려고 난징 공항에 도착해 시내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때 경찰이 ‘계속 통과’로 교통신호를 조절하고 경찰차로 호위까지 해줬다. 심지어 서부 대개발 사업에 따라 창장(長江) 강 북쪽 강변으로 예정됐던 대규모 가스관 건설 루트도 공장이 들어서는 남쪽 강변 쪽으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외자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완전히 변했다.

2006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외국 자본을 활용하되 질적인 수준을 높일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작업장 안전조건을 갖추지 못한 외국 기업은 폐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활발한 진출로 경제가 급성장한 중국이 이처럼 외국 기업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스창환지수(市場換技術·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받는다)’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시장만 내주고 토종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경제적 성과로 인한 자신감도 이 같은 태도에 밑바탕이 됐다.

근래 들어 중국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철폐, 국내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 외국 기업의 선별적인 투자 허용 등 예전과는 다른 정책을 잇달아 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국내외 기업의 법인세를 25%로 균일화했다. 원료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외국 기업에 부여하던 증치세(부가가치세) 면제 조치도 철폐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는 업종별 외국인 투자 가이드라인인 ‘외국인 투자산업 지도 목록’도 발표해 시행 중이다. 외국인 투자 대상 분야를 금지, 제한, 허가, 장려 등 4가지로 구분해 투자를 선별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와 중국 정부의 토종 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토종 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과 수출 비중이 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치루이(奇瑞) 지리(吉利) 등 토종 자동차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03년 24.5%에서 지난해 2분기엔 30.7%로 높아졌다. 수출에서 중국 민간(민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4.2%에서 지난해 20.3%로 급증했다.

KOTRA 중국팀 박한진 차장은 “중국 경제는 ‘중국 내 생산(Made in China)’에서 ‘중국 기업에 의한 생산(Made by China)’, 나아가 중국 기업의 자주 창신에 의한 생산을 뜻하는 ‘MaDe in China(Made+Designed in China)’로 진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인재 확보 차원 해외 M&A 중요”

장하이타오 쌍용車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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