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공실률 사실상 ‘0’… 임대료 ‘껑충’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2000년 이후 ‘주상복합 열풍’에 신규 공급 거의 없어

리모델링 따른 수요 가세… ‘사무실 대란’ 당분간 지속

서울 서초구에서 주택 관련 사업을 하는 김모(46) 사장은 2006년 말부터 사무실 확장에 나섰다. 직원이 늘면서 좀 더 넓은 사무실을 찾아 나선 것.

그러나 꼬박 1년간 새 사무실을 구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 30명이 한 층에서 일할 수 있는 규모(660m²)의 빈 사무실을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김 사장은 “공사 중인 건물을 1년 전 예약하고 임대료를 30% 올려 주고 겨우 입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의 업무지역에서 오피스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공실률이 사실상 ‘0’인 데다 임대료도 크게 올라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작년 12월 공실률 1.1% 불과

부동산 투자자문회사인 신영에셋에 따르면 2000년 이전까지는 수도권에서 매년 평균 연면적 85만∼95만 m²의 사무실이 공급됐다. 하지만 2001∼2007년에는 연평균 공급이 약 75만 m²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 빌딩의 공실률이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2.7%(강남권)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12월 말 1.1%로 떨어졌다.

사무실 이전에 따른 일시적 공실을 제외하면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는 셈.

사무실 공급 부족은 2000년 이후 사무실이 들어설 만한 상업지역에 주거기능을 갖춘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이 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센터빌딩(연면적 13만 m²) 등의 리모델링에 따라 이곳 기업들의 신규 사무실 수요가 증가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서울 종로구와 중구 지역 빌딩의 70%가량은 지은 지 20년을 지나 리모델링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 “지식 산업의 산실” 수요 늘어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도시계획학 전공) 교수는 “사무실을 사용하는 화이트칼라 직장인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업도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개인당 사무실 사용 면적을 늘리고 있어 사무실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구조가 지식 정보산업으로 바뀌면서 오피스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신영에셋 홍순만 부장은 “서비스업은 오피스가 곧 공장”이라며 “양질의 오피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게 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빌딩의 열악한 시설도 사무실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테헤란로 주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권 사무용 빌딩의 절반 이상은 낡은 기계식 주차시설 탓에 2000cc 이상 중대형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필요한 면적의 사무실을 구하고도 발길을 돌리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 장기적 수급 전망도 ‘빨간불’

수급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졌다.

신영에셋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업무용 빌딩 밀집지역(CBD)에서 2006년에는 3.3m²당 594만 원하던 임대료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631만 원으로 6% 이상 올랐다.

일부에서는 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랜드마크타워, 용산 드림타워, 인천 송도타워 등이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되면 사무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송도타워 등 서울 이외 지역의 공급이 많고 연면적 50만 m²인 용산 드림타워는 2017년 이후에나 입주를 할 수 있다.

홍순만 부장은 “2011년부터 서울에서 공급될 대형 업무용 빌딩은 서울 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장기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사무실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결국 업무지역의 재개발이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