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O.1]“업계1위만 산다” 아파트건설을 예술의 경지로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국내주택부터 해외 플랜트, PF까지 숨가쁜 ‘최고쟁탈전’

건설업계의 ‘1등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각 분야에서 1등이 아니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또 주택 분야에서는 소비자들이 주택을 선택할 때 입지뿐 아니라 브랜드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 브랜드 관리에도 고심하고 있다.

업체들은 또 해외 플랜트와 토목 분야, 또는 국내 대형 복합개발사업 수주 등 분야별로도 숨 가쁘게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치열한 수주 경쟁

국내 건설업계는 오랜 동안 현대건설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자’ 현대건설이 외환위기 이후 주춤거리는 사이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에서는 2004년과 2005년 삼성건설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6년과 지난해에는 대우건설이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해외건설 수주가 호황을 보이면서 이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GS건설과 대림산업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11조 7711억원을 수주했다.

2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전년(165억 달러)에 비해 240% 늘어난 398억 달러를 수주했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에 이어 GS건설 10조6000억 원, 대우건설 10조204억 원으로 2,3위를 차지했다. 이어 대림산업 7조2506억 원, SK건설 6조7000억 원 등이었다.

○ 아파트 브랜드 관리

주택업체간에는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담은 브랜드를 널리 알리려는 다툼이 치열하다. 비슷한 입지에서 분양한 아파트인데도 브랜드별로 최대 1억 원 가까이 가격차가 나는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단순 홍보를 넘어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우건설이 2006년 발족한 ‘푸르지오 리더스’ 클럽은 소비 주체인 주부들이 참여해 생활을 통해 얻은 의견과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공하도록 했다. 대우건설은 이들의 의견을 모아 아파트 설계와 시공, 인테리어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푸르지오 브랜드 가치 향상과 입주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푸르지오 사랑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입주 후 1∼3년차 단지를 대상으로 단지내 조경관리, 주방 및 욕실청소, 새시 외부와 지하 주차장 청소, 영정사진 촬영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00년 ‘래미안’이라는 주택 브랜드를 도입한 삼성건설도 래미안에 거주하는 주부들로 구성된 ‘CS 헌터’제도를 운영해 생생한 의견을 받고 있다. ‘CS 헌터’는 일반 제조업 제품의 주부 모니터 요원과 비슷하다.

이들을 통해 입주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봄철에 매트리스와 소파 등을 살균해 주는 등 각종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직접 청소를 하기 힘든 유리창 외부와 창 외부 새시 등을 청소하는 ‘클린 서비스’도 입주 연차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주택 문화관인 ‘래미안 갤러리’에서는 공연, 전시회 등 문화 행사와 교양 강좌도 제공한다.

○ 대형 복합개발 사업도 경쟁 중

대형 건설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경쟁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각종 도심복합개발 사업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추진되는 도심복합개발은 건당 사업비 규모가 최소 1조 원에 이르는데다 대규모 택지지구 중심에 상업지구와 주택지구를 동시에 지을 수 있어 수익성이 좋다. 이런 이유로 이 분야는 국내 건설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내년까지 발주될 대형복합개발 사업은 30여 개, 사업비 규모만도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에서는 상암DMC 랜드마크 개발사업, 은평 뉴타운 중심상가 복합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총 사업비 2조 원 대인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은 대우건설, 삼성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이 사업 참여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평뉴타운 복합개발사업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두산건설이 뛰어들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국내 1위, 밖에서도 ‘넘버원’▼

건설사들, 해외 교량 터널 등 건설 잇단 원더풀

국내 건설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밑거름이 돼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만큼 성장했다. 국내에서 1등이 되면 세계 무대에서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림산업의 현수교나 사장교 등 특수 교량 건설 기술력은 국내에서의 풍부한 공사 경험으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대림산업은 소록대교, 적금대교, 광양대교 등 굵직한 3건의 현수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전남 고흥군에서 건설 중인 적금대교는 고흥과 여수를 잇는 것으로 경간장(교각과 교각사이의 거리)이 850m나 된다. 지금까지 경간장 길이가 가장 긴 다리는 인천대교(800m)다.

대림산업이 전남 광양에서 시공 중인 광양대교는 경간장이 1545m로 2012년 6월 완공되면 국내 최장은 물론 일본의 아카시대교(1991m)와 덴마크 그레이트벨트교(1624m)에 이어 세계 3대 현수교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양대교는 또 초속 12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된다.

SK건설은 그동안 해외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주로 맡아 왔던 정유공장 기본설계용역을 국내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태국에서 수주했다. SK건설의 수주로 상세설계, 구매, 시공(E.P.C)만을 해 오던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사업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SK건설은 기본설계가 완료되면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설고도화사업에 대한 상세설계, 구매 및 시공까지 진행해 처음으로 전체 공정을 일괄로 수행하게 된다.

또 SK건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터널 및 지하 저장시설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건설업체의 초고층 시공 능력도 이미 세계 무대에서 뒤지지 않고 있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150층 규모의 빌딩과 서울 상암동 국제비즈니스센터(130층) 등 100층 이상의 건물을 국내 업체가 잇달아 건설할 예정이며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 건설도 추진 중이다.

아파트의 내부 설계와 마감재 처리 기술도 국내 건설사가 경쟁력 있는 분야 중 하나.

대우건설, GS건설 등은 국내 아파트 건설 사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알제리,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에서 신도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수십 년간 쌓아 온 아파트 내부 설계와 마감 처리 노하우는 이미 수출 상품이 돼 이들 국가에서 신도시 개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며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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