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유동성 위기 닥치나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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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로 자금 이탈… CD-채권 발행에 의존

시장상황 악화땐 자금수급 차질 가능성

시중은행들이 조달한 자금 가운데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 예금에서 증시로 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CD, 은행채 등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출렁이는 자금에 대한 은행들의 의존도가 커져 자칫 자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신한금융지주 산하 신한FSB연구소는 “올해 은행권 수신 증가액 중 92%는 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외화예금을 포함한 은행권의 수신은 936조6000억 원에서 1009조4000억 원으로 72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67조 원(92%)이 CD, 은행채 등으로 조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인 요구불 예금의 증가액은 약 2조1000억 원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관태 신한FSB연구소 차장은 “시장성 수신에 의한 자금 조달이 늘면서 올해 은행들이 유동성 위험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시적인 악재(惡材)가 생겨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에 따른 비용이 늘어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자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의 노던록 은행은 수익성, 건전성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벌어지자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중앙은행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 은행의 당시 시장성 수신 비중은 약 75%였다.

한재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은행이 대출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기관투자가들이 CD, 은행채에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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