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부동산 시장, 거래 끊기고 강북 오르고 미분양 쌓이고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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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각종 규제로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의 도입,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을 담은 ‘1·11 부동산종합대책’이 사실상 시장을 마비시킨 것이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버블세븐’ 지역은 지속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서울 강북 지역과 인천, 경기 시흥시와 의정부시 등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의 집값은 다소 올랐다.

또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는 경기 지역을 거쳐 서울로도 번져 강남의 아파트에서 계약률 ‘제로(0)’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 극심한 수요 위축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10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7만9793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209채)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거래가 감소한 것은 각종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자금원인 은행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졌기 때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6억 원 초과 아파트 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40%로 줄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됐다. 예전처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다.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도 위축됐다. 특히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한 것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전망이 엇갈린 탓이 컸다.

매수자들은 내년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가 주변보다 15∼20% 낮은 가격에 공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일부 매도자는 정권 교체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 소외 지역의 약진

전체적으로 거래가 줄어들면서 서울 강남권과 중대형 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소폭 떨어진 반면 서울 강북권의 중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상승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 자료에 따르면 ‘버블세븐’ 지역인 서울 강남구(―1.91%) 서초구(―1.51%) 송파구(―5.31%) 양천구 목동(―6.64%), 경기 성남시 분당(―0.43%) 안양시 평촌(―1.25%) 등이 하락했다. 이에 비해 소외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 강북구(11.71%) 서대문구(9.32%) 노원구(9.04%) 등은 아파트 값이 올랐다.

소외 지역의 가격이 오른 것은 강북 재개발과 드림랜드의 공원 조성, 지하철 9호선과 경전철 개통 등 호재(好材)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교육환경이 우수해 주거지로 각광받던 양천구 목동 지역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광역학군제’ 도입으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경기 지역에서도 집값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의정부시와 시흥시가 올해 각각 17.23%와 12.36%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 집값 강세 지역이던 과천시(―7.23%)와 용인시(―1.92%)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인 의정부시는 뉴타운 개발과 경원선 복선전철, 미군 부대 이전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또 시흥시는 시화호 개발 사업인 멀티테크노밸리(MTV) 등에 힘입어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인천은 올해 송도,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개발 기대감으로 7.68% 올라 주목을 받았다.

○ 전국으로 번진 미분양 사태

각종 규제로 묶인 부동산 시장은 결국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다.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0만887채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물량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집계되지 않은 수치를 합하면 이미 15만 채를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분양 여파는 이른바 ‘분양 불패’ 지역으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연말에 신규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내년 초에는 미분양 규모가 20만 채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지방에서는 주택전문 건설사들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중견 이상의 건설업체까지 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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