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기자의 카 라이프]소비자 똑똑해야 가격 내려갑니다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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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후배 한 명이 어떤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2.4와 르노삼성자동차 QM5에서부터 수입차인 폴크스바겐 골프, 혼다 시빅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더군요. 기자는 한 해 평균 100종류가 넘는 신차를 타고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해 조언을 하는 일이 많은 편입니다.

올해 들어 언론사 동료를 포함해 50여 명에게 ‘자동차 카운슬링’을 했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최근 상담한 후배처럼 대부분이 수입차를 구입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상담자 중 수입차를 구입 목록에 넣는 경우는 절반 정도였거든요. 실제로 올해 기자에게 조언을 구한 사람 중 5명은 수입차를 구입했습니다.

수입차의 올해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5%이지만, 잠재 고객들 때문에 피부로 느껴지는 점유율은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그만큼 수입차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는 특히 수입차가 중산층까지 파고들면서 ‘가격 거품’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가가 너무 비싸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수입차 업계는 마케팅 비용 등 여러 가지 부대비용으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이후 이 논란은 수입차의 가격이 내려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합니다.

그러나 정작 가격 논란의 핵심은 소수의 고소득 계층이 구입하는 1억 원 이상 고급 차에 있었습니다. 사실 1억 원이 넘는 차들은 수요 탄력성이 낮아 가격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판매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고가 수입차의 가격 거품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억대’ 자동차의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반면 3000만∼7000만 원대의 모델에 대해서는 수입차 회사들이 판촉을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춘 만큼 판매도 늘어나 가격 인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 7000만 원 미만 수입차의 판매는 전체 수입차 판매의 76%에 이릅니다.

어떤 차종이 합리적인 가격대에 있는지를 잘 살펴서 구입하고,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구입하지 않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시장 논리에 따라 자동차의 가격은 더욱 내려가지 않을까요. 똑똑한 소비자들이 결국 가격도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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