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대학은 R&D창고…대학과 상생하는 식품-주류업계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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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07 식품안전의 날 기념 심포지엄’. 식품의약품안전청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인하대 의대 강주희 교수(약리학)는 “검은콩 단백질로 만든 아미노산 결합체인 검은콩 펩타이드가 과잉 섭취된 열량을 소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식품업체인 농심이 후원했다. 주력 상품인 라면이 고칼로리 음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가 주춤해질 것에 대비해 강 교수에게 비만 억제 효과가 있는 성분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 것. 살이 안 찌는 라면을 개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결국 강 교수의 연구 결과는 농심의 신제품 라면인 ‘건면세대’에 적용돼 비만을 걱정하는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식음료업계에서도 다른 업계 못지않게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건강과 직결된 업종 특성상 제품 개발과 관련된 산학협력은 기본이다. 인재 양성과 마케팅을 위한 간접적인 산학협력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 대학 연구실을 최대한 활용하라

동원F&B는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오가피의 아동 성장 발육 촉진 및 골다공증 예방 생리 기능성분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이라는 주제로 연세대, 세명대, 우석대,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과 공동 연구를 벌여 오가피 추출물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했다.

웅진식품도 2006년 6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와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한천을 이용한 체중 조절 식품인 ‘한천 바’, ‘한천 음료’, ‘한천 푸딩’을 개발했다.

제빵업체인 기린도 2005년 6월 경남대와 산학협력 협정을 맺고 뼈를 강화해 주는 건강 기능성 식빵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크라운제과도 고려대 생명공학원 안에 ‘고대 연구개발(R&D)센터’를 두면서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고 있다.

SPC그룹도 올해 4월 서울대와 산학협동연구용 건물의 건립 및 기부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PC그룹이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45억 원을 들여 연면적 3300m²(약 1000평) 규모의 건물을 지어 SPC그룹 내 식품생명공학연구소 등과 산학협동 연구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산학협력을 인재 육성의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3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목표에 맞춰 국내 대학에 인재 양성을 위한 시설을 기부한 것.

대표적인 사례는 CJ제일제당이 고려대에 세우기로 한 ‘CJ식품안전관’.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500m²(약 1362평) 규모로 CJ제일제당이 세계적 수준의 식품안전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짓고 있다. 식품 연구실과 유무기물 실험실, 멸균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또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지난해 7월에는 서울대에 ‘CJ인터내셔널 센터’를 지어 기부했다. 2314m²(약 700평)의 터에 연면적 1322m²(약 400평) 규모로 지어진 이 센터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1000여 명의 외국인 학생을 위한 시설로 대회의실과 도서열람실, 학생 상담실 등이 들어서 있다.

○ 마케팅과 디자인을 위한 산학협력

진로는 한성대 강명수 교수, 상명대 양석준 교수와 각각 산학협력 계약을 맺고 올해 가을학기부터 내년 봄학기까지 산학협력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강좌는 학생들에게 ‘참이슬 후레쉬’가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간 사례 연구를 통해 마케팅의 이론적 측면과 함께 실제 기업의 마케팅 활동 과정을 소개한다. 진로는 이번 강좌에 필요한 마케팅 자료를 제공하고 직원을 강사로 보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할 계획이다.

샘표식품은 산학협력을 통해 회사 로고를 바꿨다. 2005년 6월부터 10개월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대학원 시각디자인과와 공동으로 총 3700여 개의 시안을 만든 다음 최종 로고를 결정한 것. 이 과정에 참여한 학생 중 일부는 샘표에 입사하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신제품 초콜릿 ‘집중력’을 내놓으면서 이화여대 시각디자인과와 공동으로 제작한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대학생 특유의 참신하고 혁신적 디자인이 돋보여 연 매출 80억 원을 올리는 ‘대박상품’으로 성장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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