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보 누가 흘리나”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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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한 인터넷 사이트에 “A건설이 동남아시아에서 7억 달러짜리 공사를 따내고도 알리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떴다. A건설은 9월 말 공사 수주 사실을 발표했다.

#채권 딜러인 황모 씨는 최근 금융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전에 일부 딜러가 회사채를 대거 사는 걸 보고 ‘정보가 샜다’고 직감했다. 그는 “몇몇 딜러가 통계를 미리 입수한다는 소문을 시장 참가자들은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거래의 핵심인 금융 정보 유통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28일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임원 57명과 일반인 4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금융회사 임원의 절반 이상과 일반인의 대부분은 ‘금융 정보가 공식 발표에 앞서 암암리에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상증자 결의 전 주가 이미 상한가

정부통계 발표 전 회사채 대거 매입

○ 금융사 임원 82% “정보 새는 것 같다”

정보 유출 의혹은 △기업 공시 △정부 통계 △펀드매니저 매매 등 3개 부문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공시와 관련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임원의 82.4%가 ‘정보가 미리 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비(非)전문가인 일반인은 10명 중 9.8명꼴로 사전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 유관 기관이 내놓는 정보의 유통 방식에 대한 불신의 골도 깊었다. 금융회사 임원의 66.7%가 ‘일부 또는 많은 정부 통계가 시장에 미리 알려지고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금융회사 임원들은 ‘펀드매니저가 매매 정보를 미리 입수해 이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과 관련해서도 절반 이상이 대체로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 정보 유출 못 막는 구조적 한계

기업 공시정보 유출은 내부자가 관련 정보를 처음 접하는 시점부터 공시 때까지 관리가 허술한 탓이 크다. 무상증자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공시가 이사회 의결 이후 이뤄지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한 코스닥 상장업체는 장 마감 후 무상증자를 결의했지만 주가는 이미 무상증자 호재의 영향으로 장중에 상한가까지 오른 뒤였다.

정부 통계의 관리체계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5월부터 산업생산지수 등 주요 통계 발표시점을 오전 7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으로 옮겼는데,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정보 유출 우려가 커졌다. 통계청이 자료를 완성한 전날 저녁부터 실제 발표시점까지 공백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가 펀드에 편입될 예정인 주식 정보를 주변 사람에게 알려주는 불법 행위도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펀드매니저가 작전세력과 결탁해 주식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 조작에 가담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귀띔했다.

○ “이대론 자본시장 통합 공염불”

2009년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은 공평한 정보 공유를 전제로 금융의 영역을 허무는 시도인 만큼 정보 유통체계의 투명성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공평하게 알려야 할 금융 정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갈수록 교묘해지는 내부자 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금융감독 당국이 선진 조사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윤모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통계 배포시점을 장 개시 전으로 앞당겨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보 유출자에 대한 벌칙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egma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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