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北진출 잇단 노크… 기대 - 우려 교차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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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점

대북제재 풀리면 약진 기회…개성공단 기업에 대출 늘려

헛심

현재까지 수익 거의 없어…환전업무 그칠 가능성도

신한은행 직원들은 지난달 말 현대아산과 공동으로 금강산 나무명찰달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사전 답사차 금강산을 방문했다. 하지만 북한 측이 명찰에서 은행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방북단원으로 참가했던 신한은행 관계자는 “북측 관계자에게서 ‘(금강산에) 이미 농협 지점이 있는데 왜 오려고 하느냐’는 말을 듣고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본격화되고 금강산 등 북한 관광도 활기를 띠면서 시중은행들이 북한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점을 감안해 북한 진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조심스럽게 대북 금융거래의 물꼬를 트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 북한 내의 토지이용권, 건물, 기계를 담보로 인정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돈을 빌려 주는 ‘개성시대 론’을 선보였다. 또 조만간 임직원들이 개성을 방문해 입주 기업들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북한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최근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내 시설을 담보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으며 기업은행은 개성공단 내 시설을 담보로 평가 금액의 40%까지 대출해 주고 있다.

개성공단 지점이 있는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북한 관련 영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대북사업 선도 은행’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추석에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에게 초코파이 2만 상자를 전달했고 지난달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특별환전소를 설치했다. 이달 말에는 프라이빗뱅킹(PB) 사업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입주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세미나를 연다.

하지만 대북 금융사업은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한 반면 리스크가 크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성공단 지점만 해도 현재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데 다른 은행들까지 뛰어들 태세여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더라도 북한의 금융 인프라스트럭처가 열악해 당분간 협력지구 안의 국내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관광객을 상대로 한 환전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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