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日 가전시장서 완전 철수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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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일본의 가전제품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삼성의 한 관계자는 9일 “올여름 양판점 판매를 그만둔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인터넷 직판도 중단했다”면서 “일본의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전자제품은 이제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판매는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가전제품시장 철수 이유에 대해 “일본의 가전제품은 규격이 전혀 달라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현재 수준의 판매량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울 본사 관계자도 “일본에서 우리 회사의 일반소비자 대상 온·오프라인 연간 판매 규모가 전체 일본 내 매출(약 8조 원)의 1%도 안 되는 700억∼800억 원으로 미미했던 만큼 여기에 역량을 분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반도체 부품, 액정표시장치(LCD)모듈, LCD모니터 등으로 B2B(기업간 거래)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일본시장에서 판매해 온 가전제품은 LCD TV, 휴대용 디지털음악플레이어, DVD플레이어, 영상음향기기 등이다. 1980, 90년대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주로 팔았으나 2000년을 전후해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전제품시장이지만 소니 마쓰시타 샤프 도시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이 즐비해 한국산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삼성의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 일본 철수’라는 제목으로 1면에 보도하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신문은 “삼성은 유럽과 미국, 신흥국 일부에서 일본 기업을 능가하는 브랜드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삼성의 퇴장은 일본 시장의 특이한 일면을 보여 주는 것이며 한때 삼성이 저가 공세를 펴면서 생겨난 ‘싸구려’ 이미지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삼성 관계자는 “일본 가전업체 대부분이 삼성전자의 고객이라면서 일본 시장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펴지 않은 것은 고객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라고 반박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韓-日-EU, 브라운관 국제 담합 조사▼

공정위, 삼성SDI 위법성 여부 검토

공정거래위원회가 TV와 PC 등에 사용되는 브라운관 판매가격을 둘러싸고 국제적인 담합이 이뤄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삼성SDI에 대해 현장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도 최근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주요 브라운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가격담합 조사에 착수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SDI에 따르면 공정위는 브라운관 국제카르텔(담합) 조사의 하나로 삼성SDI를 대상으로 위법성이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 당국자는 구체적인 회사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위법성이 있는지 판단을 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로이터통신은 이날 “마쓰시타전기산업 자회사인 MT영상디스플레이 등 일본 한국 대만 홍콩의 주요 메이커가 국제적인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혐의에 대해 미국 일본 한국 EU의 공정거래당국이 일제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MT영상디스플레이 등 각 사는 TV 메이커에 브라운관을 판매할 때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005년경부터 담당자끼리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결정하는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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