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發 ‘1588-△△△△’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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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콜센터 대전으로 모인다

《“안녕하십니까. ○○○ 고객님이시죠? △△은행의 상담원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금융상품에 대해 잠깐 설명드릴 수 있을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아봤을 은행 콜센터의 판촉 전화다.

이 전화가 어디에서 걸려온 것인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대개의 경우 이런 전화는 ‘1588’ ‘1544’ 등의 국번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발신지는 대전일 확률이 높다.》

대전이 글로벌 기업들의 콜센터가 집결한 인도의 방갈로르를 연상시키는 ‘한국판 콜센터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텔레마케팅을 강화하는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대전에 콜센터를 세우고, 이에 맞춰 금융권에서 실력을 쌓으려는 인근 지역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리는 선(善)순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 “무던한 심성도 텔레마케팅에 적합”

대전에는 6일 현재 50개 업체의 콜센터가 들어서 모두 8714명의 텔레마케터가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05명(57.4%)이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회사의 콜센터 요원이다.

금융회사들의 대전 콜센터는 국민은행(1998년)을 시작으로 삼성카드(2000년) 하나은행(2001년) 등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설립됐다. 올해에도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우리은행 등이 콜센터를 세웠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과 대한투자신탁의 콜센터도 연말경 들어설 예정이다.

장동록 삼성카드 콜센터장은 “대전 사람들은 비교적 표준어를 사용하고 고객의 불평도 웬만큼 견뎌낼 수 있는 무던한 심성을 지녀 텔레마케팅 업무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전시의 열성적인 지원도 콜센터를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됐다.

콜센터 운영 기업에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보조금을 주고, 구(舊)도심의 건물을 빌릴 경우 임차료를 지원하는 등 콜센터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치열한 감정 노동… 여성이 95%

국민은행 콜센터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김선덕(36·여) 씨의 월 보수는 190만 원, 연말 성과급까지 합치면 연간 3200만∼3500만 원을 받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제 근무다. 최근 이 은행 노사가 콜센터 인력 등 기존 비정규직을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합의해 고용의 안정성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콜센터 업무는 끊임없이 고객의 감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으로 분류된다. 하루 평균 130통의 전화상담을 처리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고객’의 욕설로 심장질환을 겪기도 하고, 이직(移職)도 빈번한 편이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콜센터 인력의 95% 이상인 여성 직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직장 내 보육시설을 만들고, 휴일에는 남자 대학생들을 활용한 휴일전담 근무제도 실시한다.

최근에는 고객에게서 걸려오는 ‘인바운드’ 업무뿐 아니라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 상품을 판매하는 ‘아웃바운드’ 업무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국민은행 콜센터에 입사한 이현섭(26) 씨는 “고객들이 자주 문의하는 주택청약과 펀드 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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