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 공업원구’, 한적한 농촌서 상전벽해 비결은…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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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쓰인 간판만 없다면 중국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서구풍의 도시가 있다.

매연 뿜는 굴뚝 하나 없는 산뜻한 공장, 20∼30층 높이의 즐비한 아파트, 곳곳에 널린 호수와 공원. 중국의 대표적인 첨단 기술공업단지인 쑤저우(蘇州)공업원구(工業園區).

한적한 농촌이었던 이곳은 1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올 상반기까지 입주한 외자기업만 3350개. 연간 무역액만도 500억 달러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바로 공무원들의 ‘친상(親商), 애상(愛商), 부상(富商)의 3상 서비스 정신’이다.

○ 공원이야? 산업단지야?

공업원구로 들어가는 셴다이(現代)대로에 들어서면 갑자기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로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6∼8차로 간선도로 양옆에는 폭 10m의 공원이 조성돼 있다. 2∼4차로 시내 도로에도 양옆으로 화단이 설치돼 있다. 2∼3분만 차를 몰고 가면 호수나 공원이 나온다. 마치 공업원구 전체가 공원 같다. 이곳의 녹지는 전체 면적의 45%. 도시 절반이 녹지인 셈이다.

‘자전거의 천국’이 중국이지만 이곳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북적거리는 행인도 없다. 서울의 절반 크기(288km²)지만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만6600명이다.

○ 외자의 블랙홀…이미 선진국 소득

중국과 싱가포르가 공동 설립한 쑤저우공업원구개발유한회사(CSSD)가 1994년 5월 공단을 조성하기 시작한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유치한 외자는 310억 달러. 이 중 148억5000만 달러는 이미 투자가 완료됐다.

외국 투자기업은 무려 3350개. 세계 500대 기업도 66개에 이른다. 한국 기업은 9월 말 현재 159개 기업이 23억8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도 ‘외자기업 1호’로 이곳에 입주해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 지역총생산(GRDP)은 679억5200만 위안(약 8조2487억 원). 공단 설립 이후 12년 만에 GRDP가 60배로 늘었다. 연간 성장률은 평균 40%. 사상 유례가 없는 ‘기적의 성장률’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249억800만 달러. 총무역액은 500억3000만 달러다. 2003년 이후 무역액은 매년 100억 달러씩 늘고 있다.

이 지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6000달러로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인구 616만인 쑤저우 시 역시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다.

○ 비결은 어디에?

비약적 발전의 원동력은 낮은 임금이나 토지가 아니다. 노동자 임금은 2000위안(약 24만5000원)으로 타지보다 30% 이상 비싸다. 땅값 역시 m²당 35위안 수준으로 타지보다 30% 높다.

비결은 바로 행정기관의 ‘3상(商) 서비스’ 정신이다. 이곳은 투자를 위해 다른 곳처럼 3∼6개월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 투자 상담부터 용지 알선, 인력 확보, 수출입 통관이 3∼5일 안에 마무리된다.

2000년 설치한 ‘원스톱 서비스 센터’는 투자 업무는 물론 비자 및 자녀 교육까지 상담해 준다. 공업원구 관리위원회와 인력, 세무, 치안, 사법 등 행정기관은 모두 한곳에 모여 있다.

기업의 애로사항이 접수되면 해결 여부는 물론 중간 과정도 상세히 통보해 준다. 담당 공무원이 관련 기업 관계자를 불러 ‘민관 합동 브레인스토밍’도 자주 갖는다.

설령 기업이 규정에 없는 요구를 해 와도 거절하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 사례가 있으면 최대한 반영한다.

공업원구 관리위원회 산하 원스톱 서비스 센터의 쑨징샤(孫靜霞) 부주임은 “매년 8∼10일간 공무원을 싱가포르에 보내 재교육을 시킨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고태일(51) 법인장은 “이곳 공무원의 서비스 정신은 세계 최고”라며 “지구상에서 가장 흡인력이 있는 개발구를 꼽으라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쑤저우=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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