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발효식품, 피부에도 좋을 거라 확신”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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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방지 효과 ‘발효화장품’ 만든 강학희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연구소장

청국장, 김치, 요구르트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발효식품을 얼굴에 바르면 어떨까.

최근 이런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발효화장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천연물질에 미생물을 배양해 발효시키면 원물질의 기능보다 우수한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착안한 상품이다.

1980년대부터 발효화장품을 연구해 온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화장품연구소 강학희(52·사진) 소장을 2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나 발효화장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요즘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 인기입니다. 하지만 청국장은 먹어야 좋지 얼굴에 바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발효화장품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한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강 소장은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한 ‘효소발효’ 기술을 사용해 ‘마몽드 발효 크림’을 선보였다.

그는 이 크림에 대해 “대두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을 피부에 흡수될 수 있는 형태인 ‘바이오 이소젠’이라는 성분으로 전환해 대량생산에 성공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기능이 비슷한 성분으로,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주름과 노화를 방지한다고 한다. 노화 방지를 화두로 삼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분이다.

강 소장은 “콩에는 이소플라본 외에 피부에 해로운 물질도 있는데, 독자적인 효소발효 기술을 사용해 이소플라본만 선택적으로 뽑아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상당한 비용을 들여 소량의 이소플라본만 추출했지만 지금은 신기술 덕분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상태로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고 했다.

27년째 화장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강 소장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연구소에서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 염모, 향료 연구를 맡는 115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약에 비유하자면 화장품의 ‘처방전’을 만드는 핵심 조직이다.

그는 화장품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발명의 날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장영실상’을, 2002년 과학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강 소장은 1990년대 초 4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의 프랑스법인 공장장을 지내면서 프랑스 화장품 회사 여러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에게 프랑스 여성과 다른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 패턴을 물어봤다.

“한국 여성은 크림이 피부에 빨리 흡수되는지, 끈적이지는 않는지 등을 까다롭게 평가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해외보다 고객 불만이 훨씬 많아요. 하지만 이런 고객들이 없었다면 한국의 화장품 산업이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에겐 아주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는 “아시아 3위인 아모레퍼시픽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아시아 1위인 일본의 시세이도를 제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강학희 소장은 △1955년 경남 함양 출생 △1982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1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입사 △1990∼1994년 태평양 프랑스법인 공장장 △1998년 12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화장품연구소장 △2000년 10월∼ 대한화장품학회 이사 △2004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박사학위 취득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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