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취임 4주년 성적표는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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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안정-대북사업 합격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1일 취임 4주년을 맞이했다.

현 회장은 이날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취임 4주년 행사를 별도로 치르지 않았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이 그동안 최고경영자(CEO)로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평범한 주부이던 현 회장이 2003년 경영 일선에 나설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고, 대북(對北) 사업은 수시로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올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自社株)를 집중적으로 매입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우호 지분을 각각 40%대와 50%대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KCC 및 현대중공업과의 관계 악화로 불거졌던 경영권 분쟁이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대북 사업도 다소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금강산 방문객은 연간 최대인 32만 명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한다. 현 회장은 이르면 이달 중 방북해 백두산관광, 개성관광, 개성공단 개발사업 등을 북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7개 계열사의 자산 총규모는 2003년 8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2조7000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5조4000억 원에서 7조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주가가 최근 4년 동안 4배 가까이 올라 ‘대북 불법 송금 사태’의 악몽에서 일단 벗어났고, 만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현대아산도 2005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덩치가 커진 것은 업황 호전에 따른 것이고, 현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치중한 나머지 그룹의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은 여의치 않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특히 그룹 매출의 70%가 현대상선에 치우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현 회장은 틈이 날 때마다 “현대건설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汎)현대가가 손잡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국면이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 옛 사주로서의 부실 책임 문제와 북핵 변수 등에 영향 받지 않고 대북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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