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바이 차이나’ “혹시…” 조마조마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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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4일 모든 영업점에 ‘투신상품 판매관련 유의사항’이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중국 펀드 가입 권유를 자제하고 가급적 분산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라는 내용이었다.

국민은행 박지우 투신상품부장은 “8월까지만 해도 중국 펀드 유입 자금이 하루 200억∼300억 원이었는데 지난달 말부터 하루 1000억 원씩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일반 고객들은 다분히 후행(後行)적 성향이 강한데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중국 펀드에 가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펀드로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지만 중국 증시의 거품 논란이 제기되면서 과도한 투자의 후유증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높은 수익률 좇아 자금 대거 유입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중국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12일 기준)이 137.6%로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80.35%에 이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일 현재 작년 말 대비 3360.81포인트 오른 6,036.28로 올해 주가상승률이 125.6%나 된다.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중국 펀드에 가입한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투자 펀드(주식형 및 혼합형) 설정액은 8월 말 8조6792억 원에서 16일 현재 13조7706억 원으로 한 달 반 만에 5조914억 원 늘어났다.

자금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자 펀드 판매처인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리스크(위험) 관리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최근 펀드를 판매하는 영업점 직원들에게 “중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투자 권유에 신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외환은행도 지난달 말 투자상품부장 명의로 각 영업점장에게 중국 비중 축소 의견을 e메일로 보냈다. 외환은행 웰스매니지먼트센터 정연호 PB는 “최근 중국 펀드 가입 상담이 부쩍 늘었고 일부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를 중국 펀드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말했다.

○ “중국 증시 조정 가능성 대비해야”

은행권은 최근 일부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중국 펀드에 가입하는 등 ‘중국 펀드 열풍’이 위험수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국 증시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최근 중국 증시의 거래량과 기업공개(IPO)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 수준에 도달하는 등 중국 증시의 거품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권업계는 “중국의 성장 전망이 밝지만 한 국가에 ‘몰빵(집중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조치가 예상되므로 중국 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는 당분간 자제하고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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