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를 진단한다]<中>개인 투자자는 찬밥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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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개미? 수익률은 기관의 17분의 1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약 530조 원을 거래했다. 전체 거래금액인 997조 원의 53.2%를 차지한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주가 상승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투자 양상을 놓고 ‘똑똑한 개미’라는 찬사성 표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증시는 개인들이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부 코스닥 기업들의 불투명한 행태도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정보 부족 기업들 불성실공시 투자에 활용 어려워

한탕 심리 단기상승 재료 집착… 하락장에 손해 커

○ 개인과 기관 확연한 ‘실력차’

15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3분기 저점을 찍은 8월 1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약 2개월 동안 개인이 순매입(매입에서 매도를 뺀 것)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2.5%였다.

반면 이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순매입 상위 10개 종목에서 41.8%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관과 개인의 ‘실력차’를 확연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에서 기관에 밀리는 이유는 분석 능력의 차이와 정보 부족, 개인들의 투자 성향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덜 오른 종목을 매입하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에는 오르는 종목이 계속 오르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기보다 단기 상승 재료가 있는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경향도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형 우량주의 가격이 비싸 소액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싼 종목을 골라 단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챙기겠다는 ‘한탕’ 투자 심리가 개인들 사이에 만연한 탓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중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변동성이 커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손해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보 접근의 한계…‘테마주’에 우왕좌왕

8월 13일 평소 거래량이 많지 않던 코스닥시장의 동일철강 주식이 거래량이 급증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후 14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나중에 밝혀진 주가 상승 이유는 ‘범 LG가(家) 3세’인 구본호 씨가 대주주가 됐다는 것. 하지만 이 회사가 공시를 통해 지분 변화 사실을 밝힌 것은 상한가로 돌아선 뒤 이틀(거래일 기준)이나 지난 8월 16일이었다.

상장사는 공시를 통해 회사의 경영 사항을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뒤늦은 공시로 주식 투자정보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허위로 공시하는 사례도 잦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건수는 모두 60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53건)를 넘어섰다.

이렇듯 시장 정보의 흐름이 불투명하다 보니 ‘작전주’ 또는 ‘테마주’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는 자원 개발, 대통령 선거, 남북경협, 엔터테인먼트 등 온갖 종류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일부 기업이 태양열, 바이오 에탄올,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사업 내용에 포함시켜 주가를 띄운 것이 대표적인 예.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소는 15일 “대체에너지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시나 루머를 유포하는 기업이 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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