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한반도가 동북아 경제 중심축 될 기회”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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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에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 비준동의를 기다리고 있고 한-유럽연합(EU) FTA 협상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국내에서도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본보는 인하대와 공동으로 국내외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FTA와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도전이 거센 상황에서 한국은 선진 경제권과의 FTA를 통해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며 “FTA는 한국을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중심축으로 만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0일 인천 인하대에서 열린 좌담회는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가 사회를 봤으며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데니스 코넌(전 하와이대 총장) 미국 하와이대 교수, 필리프 소시에르 프랑스 오를레앙대 교수 등 4명이 패널로 참가해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는 약 1시간 반 동안 영어로 진행됐다.》

“韓-美 FTA, 한반도 평화안보에도 도움”

▽안 교수=지금은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역사적 기회다. FTA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최근 칠레 미국 등과의 FTA 협상을 마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미국 일부 의원이 여전히 쇠고기 개방 수준에 불만을 표시하며 FTA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비준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코넌 교수=한국은 경제 제도를 업그레이드할 길을 찾고 있었고 미국도 FTA로 큰 혜택을 보게 됐다. 그런데도 지금 미국의 일부 의원이 뼈 있는 쇠고기의 검역과 같은 작은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논의의 초점을 잃은 것이다.

▽정 교수=FTA는 양국에 모두 이익이다. 한쪽이 얻어가고 한쪽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 상태에서 비준이 되지 않는다면 양국은 많은 기회를 잃을 것이다.

▽소시에르 교수=그러나 최근 국제 통상의 흐름을 보면 FTA에 밀려 다자 간 협상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개발도상국에 좋지 않은 일이다. 양자 간 협상은 협상 당사국이 아닌 국가에 무역 차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원장=이 점에서 한국은 큰 이점이 있다. 미국이나 EU, 일본 등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들은 항상 다자 간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큰 책임감 없이 FTA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안 교수=한국경제는 요즘 연간 경제성장률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또 고임금과 강성노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피하고 더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아서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지로 가고 있다. FTA는 과연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코넌 교수=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폐쇄적 경제가 아닌 대외 무역 지향적 경제를 추구해 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도전이 거센 이때에 한국은 성숙한 경제권과의 협력으로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한다.

▽소시에르 교수=하지만 아직 저임금 산업이 많은 중국은 경제 상황이 한국과 다소 다르다. 한국이 경제 파트너를 찾는다면 EU와는 가능해도 중국은 아니다.

▽정 교수=한미 FTA는 한국의 통상 기반을 넓히는 촉매제가 된 동시에 협상 당사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줬다. 수년 전만 해도 EU는 한국과의 FTA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한미 FTA 이후 EU가 적극적인 자세로 돌변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한국과의 FTA를 바라고 있다. 결국 한미 FTA로 동아시아 경제통합이 가속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안 교수=중요한 지적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각국이 ‘각자의 길’을 갔지만 외환위기 이후 “우리도 좀 합쳐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국도 장래에는 남북한 중국 일본 몽골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 물류허브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 EU에 한국과의 FTA가 필요한 주된 이유가 될 것이다.

▽코넌 교수=그 말씀에 동의한다. 러시아 몽골 북한 등 북방 나라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였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 등 북방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안 교수=그러나 여기에는 북핵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물론 이들 지역의 잠재력이 우리에게 엄청난 사업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나 EU는 한국과 FTA를 맺으면 동북아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북한도 대외 수출의 길이 열리면서 동북아 경제통합에 기여할 길이 열릴 것이다.

FTA 시대가 오면서 한국도 농업 등 피해를 보는 업종이 생기고 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현 원장=FTA 피해 업종에 대한 대처는 중요하다. 그러나 피해자를 고려한 나머지 우리가 반(反)FTA로 가면 안 된다. 정부 지원의 경우 그냥 현금을 주는 방식은 안 된다. 그보다는 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코넌 교수=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진행할 때 멕시코와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 근로자들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서 미국은 FTA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에게 재교육 기회를 줘서 다른 기업이나 산업에 재취업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정 교수=한-칠레 FTA 비준 때에도 정부의 농업 부문 지원규모는 예정보다 훨씬 더 늘어난 적이 있다. 이는 피해 업종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피해 규모를 정확히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현 원장=한미 FTA 비준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논의를 마무리 짓자. FTA를 체결하면 해외 시장이 늘어나고, 국내 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비준의 중요성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FTA를 하면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 효율성과 투명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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