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No2]신한은행, 발 맞춘 팀워크와 개성…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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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조직문화… 하지만 개인 플레이는 용납 안돼”

치밀한 업무 방식… 고객 중시… “은행권의 삼성전자”

“면접 과정이 다른 회사와 달랐어요. ‘아, 이 조직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원을 뽑을 때도 체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주저 없이 평생직장으로 선택했습니다.”

2001년 입사한 PB사업부 박모(32) 과장은 신한은행과의 첫 인연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기흥연수원에서 진행된 면접은 8시간 남짓 이뤄졌다. 과장급 실무자 2명으로 된 면접관과 함께 토론, 발표, 자기소개 등으로 하루 종일 면접을 치르고 기진맥진한 그는 ‘뭐 이런 회사가 다 있나’ 싶었단다.

하지만 형식적인 질문으로 짧게 면접을 끝내는 다른 회사와 달리 신한은행이 ‘특별한 조직’이라는 걸 느꼈고, 당시 입사지원을 했던 여러 회사 가운데 신한은행을 첫 직장으로 골랐다.

신한은행의 인재중시 철학과 의사소통 방법은 남다르다. 인재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원동력이라는 판단에 따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한다.

출신에 관계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을 대접하는 개방된 조직문화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개인플레이’는 용납하지 않는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하되 팀워크를 최우선으로 중시한다.

<1>3년에 걸친 감성통합 작업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신한은행의 풍토를 보여 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조흥은행과의 통합 3년 전부터 가동한 ‘감성 통합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4월 통합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신한은행은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흥은행 인수 허가를 받은 뒤부터 두 은행 직원들의 이질감 해소를 위해 대규모 감성교류 행사를 꾸준히 펼쳤다.

그해 10월 경북 경주시에서 두 은행의 임원과 부서장 1350명이 참석한 ‘서라벌 서밋’을 열었고, 12월에는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부(副)부장급 836명이 모인 ‘런-투게더’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듬해에도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임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를 계속 마련했다.

이뿐만 아니라 두 은행 임직원들이 가두캠페인을 같이 전개하고 등산 등 레포츠 활동도 수시로 함께하며 최고경영자(CEO)부터 평직원까지 서로 한 몸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했다.

옛 조흥은행 출신의 한 직원은 “처음에는 내 회사가 남의 회사로 넘어갔다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직원 융합을 위해 회사가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걸 보고 처음 가졌던 섭섭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실시한 3년간의 ‘감성 통합 프로그램’은 양 조직의 융합을 잘 이끌어낸 기업 인수합병(M&A)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추임새운동본부를 아시나요?

신한은행에는 ‘추임새 문화’라는 게 있다.

추임새란 우리 고유의 전통공연인 판소리에서 장단을 짚는 고수(鼓手)가 창(唱)하는 사람에게 ‘얼쑤’ ‘좋지’ ‘잘한다’ 등을 연발하며 흥을 북돋워 주는 것. 추임새처럼 조직 내에서 직원들이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근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추임새운동본부가 생겼다.

추임새운동본부는 사내 정보시스템인 인트라넷에 추임새 게시판을 신설하고 추임새 활동 우수부서 선정, 칭찬의 포스트 잇(메모지) 나누기, 직원끼리 인사하기 캠페인 등을 통해 서로 격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 요즘 추임새 게시판에는 하루 2만 건이 넘는 칭찬 메시지가 올라온다.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CEO가 ‘시공초월’이라는 인트라넷 대화방에서 직접 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열린 조직문화’를 가꿔 나가는 신한은행은 직원을 평가할 때도 연공서열이 아닌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본다. 8월 인사에서 부장 2명이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부은행장보로 곧바로 승진한 파격인사가 이를 증명한다.

<3>“통합뒤 몸놀림 둔해진듯”

대졸 행원의 초임 연봉이 4600만 원에 이르는 높은 급여와 젊은 조직문화, 맡은 일에 철저한 집중력 등으로 신한은행은 ‘은행권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치밀한 업무처리 방식과 고객 중시 자세 등도 삼성 이미지와 비슷하다.

한 직원은 “조직이 역동적이라는 게 느껴지고 의사소통도 상하로 잘된다. 말단 행원이 지점장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일을 잘하면 노력만큼 보상이 주어져 분발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팀워크는 신한은행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조직 가치 가운데 하나다.

신한은행 엘리베이터 안에는 ‘한 사람이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하는 게 훨씬 낫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직원 1만3000여 명에 1026개의 지점을 보유한 국내 굴지의 은행으로 성장했다.

2004년 신한금융지주 초청으로 방한한 세계적인 석학 톰 피터스 씨는 “신한은행에서 시도하는 것들은 한국 금융계에서 매우 독특한 것으로 신한의 노력이 한국 금융문화를 재창조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직원들은 “리딩뱅크가 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가는 영업을 해야 하고 1년 단위보다 더 먼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하거나 “통합 전 신한은행은 의사 결정과 실행력이 빨랐는데 통합 후 덩치가 커져서인지 몸놀림이 둔해진 것 같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강점인 ‘파이팅 스피릿(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느냐가 글로벌 은행으로의 도약 여부를 가를 열쇠로 보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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