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교토’ 6년앞… ‘탄소 시장’을 선점하라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코멘트
《SK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사업과 탄소펀드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사업(탄소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대기업들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국이 확대되는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京都) 체제’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 “해외 감축설비 시장에도 진출”

SK에너지 관계자는 4일 “울산 남구 성암매립장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내년 유엔에 등록하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국내 첫 탄소펀드 투자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성암매립장에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CH₄) 가스 회수시설을 가동하고, 연간 4만∼5만 t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내년에 이 실적을 유엔에 등록하고, 이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온실가스 감축 설비에 투자하고 배출권을 확보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8월 선보인 2000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탄소펀드에 대한 투자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모집하고 있는 탄소펀드에는 SK에너지 외에도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산업은행 삼성그룹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를 위해 탄소펀드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투자 규모는 이달 말경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배출권 시장규모 2012년 4487억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내년부터 2012년까지 일정 규모씩 줄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 대비 평균 6%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세계 10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인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포함돼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가 없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의무 감축 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전력, 철강, 정유, 석유화학업계는 “당장 선진국 수준의 감축 의무가 부과된다면 공장 일부의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우려한다. 이들 기업이 배출권 확보에 발 빠르게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이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007년 국내 배출권 시장 규모는 1498억 원에서 2012년에는 4487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LG상사, 삼성물산 등 온실가스 배출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국내 종합상사도 CDM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3년 이후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의 준비는 상당히 더딘 편”이라며 “정부와 산업계가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추진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