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서 ‘이익률 규제’ 삭제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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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가격 규제 독소조항 그대로” 반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바꿔 기업의 제품가격과 이익률까지 규제하려고 했던 방침에서 일부 후퇴해 이익률 규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공정위가 추진했던 관련 법령 개정안이 본보의 단독 보도로 공개된 뒤 “가격 및 이익률 규제는 기업의 기술개발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까지 막는 반(反)시장적 조치”라는 비판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본보 9월 6일자 A2면(일부 지역 A1·3면) 참조
▶기업들 “정부가 신기술 개발 막나”

하지만 논란이 됐던 내용 중 가격 규제는 기존 방안대로 강행할 방침이어서 재계가 크게 반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신기술 개발 막나” 비판 반영

공정위는 3일 독과점 사업자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행위에 대해 가격 또는 이익률로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중 이익률 요건을 삭제한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기술혁신 및 경영혁신을 통한 상품 개발이나 비용 절감’으로 생긴 이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수정안에 명시했다.

공정위 당국자는 “당초 개정안으로 공정위가 기업의 혁신 노력까지 저해한다는 오해가 생긴 데다 기업의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있어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정안에도 가격 규제는 ‘제도적 또는 진입장벽으로 실질적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거래 분야’라는 단서만 붙었을 뿐 그대로 남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상품가격이 비용보다 현저히 높고 △동종 또는 유사업종의 통상적 수준보다 현저히 높을 때 이 수정안을 적용해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 재계 “공정거래 버전 원가공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정위의 가격 규제 방침에 대해 “시장경제에 반(反)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법 운용 추세와 한국의 규제 완화 추세를 모두 거스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가격이 높다고 규제하면 명품(名品) 브랜드는 나오지 못하고 신상품 및 신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화도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

이어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간과하고 공급 요인에 의존해 가격 규제를 하려는 것은 ‘공정거래 버전의 원가공개정책’이자 1970년대식 물가관리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술·경영혁신으로 생긴 이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공정위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기술혁신이나 경영혁신의 개념이 모호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나 이를 적용받는 사람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황인학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공정위가 그동안 경쟁법을 국제 추세에 맞추려는 노력을 펴왔는데 이번 가격 규제는 공정거래법의 퇴행이 우려되는 것이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가격 규제를 적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전경련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자 공정위가 반박 자료를 내놓고 전경련이 이를 다시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는 등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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