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업계 박물관 세워 ‘역사 마케팅’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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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통 있는 자동차를 타고 있습니까.’

자동차들의 품질 격차가 좁혀지고 브랜드별 특색도 점차 사라지자 유명 자동차회사들이 자동차박물관과 테마파크를 건설하면서 ‘오랜 전통’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에 대해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자동차회사들은 최신 설비의 공장을 관광상품으로 공개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지난해 5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본사 바로 앞에 메르세데스벤츠박물관을 완공했다.

이전에도 본사 내에 작은 박물관이 있었지만, 벤츠의 가솔린 자동차 발명 12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로 박물관을 신축했다. 1300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이 박물관은 입장료가 8유로(약 1만500원)이지만 개관 17개월 만에 관람객 120여만 명이 다녀갔다.

BMW는 다음 달 17일 독일 뮌헨 본사 옆에 ‘BMW벨트(월드)’를 연다. BMW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복합 테마파크 형태로 국제회의장, 영화관, 쇼핑몰을 비롯해 출고장도 겸하고 있다. 내년에는 BMW벨트 바로 옆에 기존 박물관을 5배 규모로 확장해 재개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폴크스바겐은 2000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에 ‘아우토슈타트’라는 대규모 자동차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축구장 35개 면적에 이르는 이곳은 자동차박물관과 함께 고객이 자동차를 직접 인도받을 수 있는 출고장 역할도 한다. 지난 8년 동안 1300여만 명이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했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앵도 프랑스 소쇼 본사에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멜라니 그라프 벤츠박물관 홍보담당자는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자동차회사의 전통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고르는 데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처럼 자동차 역사가 깊지 않은 한국과 일본은 역사보다는 최신 설비를 갖춘 자동차공장을 홍보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장이 문을 연 2005년에 4400여 명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1만7000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올해 8월 말 현재 방문객 수는 1만3000명을 넘었다.

현재 공장 견학을 하려면 예약한 뒤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는 앞으로 공장 투어를 단순한 볼거리에서 벗어나 간단한 차량정비, 시승 등의 체험 행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본사 공장에 다양한 견학코스를 마련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공장 투어 활성화로 ‘made in USA’라는 이미지가 부각돼 미국시장 판매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언젠가는 자동차박물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생산된 차종과 자료들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잘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슈투트가르트=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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