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No2]情의 우물, 이젠 고객을 적신다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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具-許가문 ‘인화로 뭉친 역사’… “고객중심 가치창조” 새 깃발

‘목메는 식당 밥덩이.’

LG전자의 1971년 12월 사보(社報)에는 이런 제목의 작은 기사가 실렸다. 사무직 직원들의 야근 식대가 기존의 현금 대신 ‘저녁 식사 제공’으로 바뀌면서 구내식당에서 생산직 직원(공원)들은 국수를 먹는데 사무직은 밥을 먹는 게 너무나 미안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한 사무직 직원은 “공원들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 밥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더라”고 말했다고 당시 사보는 전했다.

LG전자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왜 전자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가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많은 신입사원은 “LG만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글로벌 기업이 또 있느냐”고 대답한다.

‘사람냄새나는 조직문화’자랑

입사 13년차인 신모(40) 씨는 “얼마 전 부친상을 당해 무척 힘들었다. 평소 제 할 일만 하며 무심한 듯했던 동료들이 정말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위로해줬다. LG 특유의, 묵묵하지만 따뜻한 정(情) 덕분에 아픔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의 인화(人和)는 역사요, 전통이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인화단결(人和團結)’이란 휘호를 자주 썼다. 구 창업주와 그룹에 자본을 투자한 만석꾼 허만정 씨는 ‘한 지붕 두 주인’의 LG를 인화로 이끌었다.

1988년 문을 연 LG그룹 종합연수원의 이름도 ‘인화원(人和苑)’이다.

그러나 한때 인화는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안일함을 낳았고, 글로벌 디지털 기업으로 도약하는 LG전자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생산 라인에서는 ‘검사 기준에 미달하는 자재라도 우선 급하니 써도 좋다는 공장장의 결재’를 의미하는 ‘특채’의 관행이 남아 있었다.

당시 한 생산직 간부는 “특채 받는다고 불량 부품이 양품이 될 리 있느냐. 어정쩡한 편법으로 우리 품질 의식을 먹칠하지 말자”며 공개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김현식 LG전자 조직문화그룹장은 “기존 문화는 인화만을 강조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혁신과 성과가 조직의 숙명이 됐다. 현재 LG 문화의 핵심은 ‘가치 창조’”라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성과주의형 임금 체계에 반영됐다. 부장급의 연봉은 최저와 최고의 차이가 3배에 이르고 대리급도 동기보다 40%나 많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조직 내부에서는 “LG전자가 ‘삼성스러워져’ 싫다”는 불만도 일부 나온다.

‘e-러닝’年2만6000명 임직원 수강

“고객은 우리의 신앙이 돼야 합니다. 신앙은 바로 생활화, 체질화함을 뜻합니다. 서비스 부문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빨리 변할 수 있는 이유는 매일 고객을 대하기 때문입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991년 LG전자 임직원에게 보낸 공개 메시지 중 일부다.

LG는 1990년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인간 존중의 경영’을 고객지향의 신(新)경영이념으로 발표했다. 소비자란 말을 고객으로 바꾼 것도 이때다.

회사 내부의 각종 중요 서류에 고객결재란을 만들었고 회의실마다 ‘고객의 자리’를 마련했다. LG는 늘 고객을 생각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인 안승권 부사장은 “고객이 인정하고 고객이 높게 평가하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객의 처지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이것이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의 대박 행진 비결이라는 것이다.

LG전자의 1차 고객은 임직원이다. 그런 정신은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인 ‘e-러닝(learning)’ 제도는 다른 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현재 ‘전략적 기획기법’ ‘프레젠테이션의 기초’ ‘디지털TV의 이해와 활용’ 등 총 620개의 온라인 강좌가 개설돼 있다. 연간 약 2만6000명의 글로벌 임직원이 수강한다.

글로벌 LG, 프라이드 LG

“I know LG(LG를 알아요).”

해외에 출장이나 여행을 간 LG전자 임직원들이 낯선 현지인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한 과장은 “LG 마크가 달린 가방을 메고 자메이카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밟고 있는데 등 뒤의 한 흑인이 내 어깨를 툭 치더니 ‘LG 다니냐’고 먼저 묻더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몽골의 작은 마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김원범 인사기획부장은 “LG전자 직원이면 사회과부도에 나와 있는 나라는 어디든 다 갈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글로벌 역량을 펼칠 기회가 어느 기업보다 많다”고 말했다.

현재 1150명이 75개국 160개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고 연간 200명이 새로 해외 파견을 나간다. 마케팅이나 관리직 직원뿐만 아니라 생산기술직도 해외 근무를 할 수 있다.

김쌍수 ㈜LG 부회장은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2005년 ‘CEO 메시지’를 통해 “해외의 LG는 ‘한국의 LG’가 아니라 ‘그 나라의 LG’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하드웨어(규모)적 성장만큼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조직 문화)가 겸비됐는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영입된 한 임원은 최근 사석에서 “세계적 글로벌 기업에서 대리가 하는 일을 LG전자에서는 과장이나 부장이 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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