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줄도산’ 공포에 떤다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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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그랑시아’ 브랜드로 알려진 세종건설이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세창, 삼익, 신일에 이어 작년 10월 이후 쓰러진 중견 주택업체는 6개사로 늘어났다.

주택업계는 주택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가 내역 공개, 청약가점제 등의 여파로 자금력이 취약한 중견 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자금력 취약한 중견업체 흔들

5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종건설은 4일 외환은행 부평지점에 돌아온 어음 23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세종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91위로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에서 대형 타운하우스 55채,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서 아파트 81채를 짓고 있다.

동백지구 타운하우스는 세종건설이 땅을 사서 시공까지 하는 자체 사업이며, 동선동 아파트는 도급계약을 맺고 시공만 하고 있다.

세종건설은 동백지구 사업은 분양이 잘됐지만 작년에 준공된 부산 남구 문현동과 전남 여수시 문수동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으로 남아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86억 원으로 2005년(918억 원)에 비해 25%가량 줄었으며, 순이익은 6억70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세종건설 측은 “아파트 잔금이 안 들어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은행권에서 대출금을 회수하자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끌어다 쓰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종건설의 분양보증을 맡고 있는 대한주택보증은 새로운 시행사를 선정하는 등 계약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다.



○ 미분양 물량 9년 만에 최고치

세종건설이 부도 처리되면서 주택업계에서는 연쇄도산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중견 업체들이 잇달아 쓰러진 데다 세종건설 이외에도 명동 사채시장을 중심으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들의 부도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8만9924채로 1998년 말(10만2701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미분양 주택의 94%는 지방에 몰려 있어 당분간 물량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경기 남양주시 진접지구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등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도 늘어날 조짐이다.

주택 수요자들은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싼 아파트를 기다리는 반면 업체들은 기존에 확보한 사업용지를 빨리 털어내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주택업체에 대한 추가 대출을 꺼리면서 연리 10%가 넘는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곳이 많아 자금난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올해 초만 해도 주택업체들이 미분양 때문에 부도가 났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과 수요 부족이라는 변수가 추가됐다”며 “도산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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