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19>한국IBM “직원 모두 CEO”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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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개인 계발 계획(IDP·Individual Development Plan)을 실행에 옮기셨나요? 기억하세요. IDP를 실천하면 당신은 더욱 특별해집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IBM 본사에는 이 회사의 상징색인 파란색의 꼬마 괴물 캐릭터가 나와 이렇게 외치는 포스터가 층마다 붙어 있다. IDP는 전 세계의 모든 IBM 직원들이 매년 회사에 제출하는 ‘자기 발전 계획서’. 자신의 역량을 얼마만큼 어떻게 높이겠다는 목표와 방법을 적어 내면 회사는 그에 맞는 교육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해당 성과의 달성 여부는 연말의 개인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IDP는 직원 개인의 역량과 발전을 존중하고 지원하며, 그 결과물을 다시 회사의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IBM의 독특한 조직 문화를 함축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오너십’ 보장… 상사 간섭 거의 없어

10명 중 8명 “성과가 가장 중요… 동료끼리도 경쟁적”

[1] 1인당 연간 250만 원 교육비 투자

2005년 한국IBM에 입사해 영업기획관리부에서 일하고 있는 천혜미(26·여) 씨는 “(IBM에서 상사와의 관계는) 부하직원이라기보다 동료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신입사원이더라도 업무에서 늘 존중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직급을 막론하고 상사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 확실한 ‘오너십’을 갖는다고 한다.

회사의 미래도 직원들의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IBM의 전통이다.

2003년 세계 160여 개국, 32만 명의 IBM 직원들은 온라인 토론회를 열어 ‘IBM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72시간의 ‘끝장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회에서 △고객의 성공을 위한 헌신 △회사와 세상을 위한 혁신 △모든 관계에서의 신뢰와 책임이라는 ‘IBM의 3대 가치’가 정립됐다.

한국IBM은 모두가 최고경영자(CEO)라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직원들에게 1인당 연간 250만 원의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다.

모 팀장은 최근 한 임원에게서 “팀원 중 한 명이 지금까지도 휴가를 가지 않았던데, 어떻게 된 거냐. 팀장이 빨리 재촉해서 보내라”는 내용의 질책성 e메일을 받았다.

‘일과 삶의 조화’는 IBM 조직 문화의 핵심 가치다. 회사는 휴가마저도 직원들에게 ‘권리’가 아닌 ‘의무’라는 의식을 심어 직원 개개인이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외근 직원 책상 대신 노트북-휴대전화 지급

한국IBM은 선도적인 정보기술(IT) 회사답게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다.

1995년부터 실시한 ‘움직이는 사무실(모바일 오피스)’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체 조직의 60%에 이르는 외근 직원들의 책상을 없애고, 대신 최고급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1인당 총 500만 원 상당의 IT 기기를 지급했다.

이 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한 임원은 “당시에는 ‘책상을 치운다’는 부정적 인상 때문에 직원들의 저항이 매우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효과를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 공간이 20개 층에서 11개 층으로 줄어들면서 연간 22억 원의 경비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직원들도 어디를 가든 회사의 업무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가상 사무실’을 갖게 되면서 출퇴근 시간의 낭비가 사라졌다. 시행 5년 만에 회사는 초기 투자비용 100억 원을 모두 회수했고 초창기 50%를 밑돌던 직원들의 만족도도 84%까지 높아졌다.

올해 초 한 직원은 개인사정 때문에 부산으로 이사 가게 돼 사직을 고려하던 중 “그게 한국IBM을 그만둘 이유가 되느냐. 집에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부산에 살면서 서울 본사 소속 직원으로 계속 일하고 있다. 이처럼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은 2005년 이후 20여 명에 이른다.

[3] “한국식 팀워크엔 다소 한계”지적도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 씨는 IT 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평평한 지구’는 무한 경쟁의 세계라고 했다.

한국IBM도 마찬가지다. 성과로 말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분위기다.

최근 사내(社內) 설문 조사에서 ‘한국IBM에서는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직원들도 경쟁적이다’는 항목에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연봉에 대한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에 상사나 동료가 얼마를 받고 일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사장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직원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신재철 전 한국IBM 사장은 한 기고문에서 “고급인력 15%는 특별 관리를 통해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내가 데리고 있는 팀원 중에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후배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자극’이 되기보다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된다”고 털어놨다.

한국IBM은 ‘토착화에 가장 성공한 외국계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식의 팀워크로 시너지를 높이는 데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도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팀 회식을 해도 직원들이 잘 안 와요. 팀워크를 다지자는 자리인데도 불참하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지도 않고, 부담을 느끼지도 않아요.”(김모 차장)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입사 선호 업종별 No.1’ 소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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