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18>한국전력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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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연 기업설명회(IR)에 가 보면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전력공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대접합니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상황이 180도 달라지죠.” 전직 한전 고위 임원은 한전을 보는 국내외의 시각차를 이같이 전했다. 해외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지만 국내에서는 ‘공룡 공기업’으로 평가 절하된다는 것. 실제 한전은 미국 포천지(誌)가 선정한 2006년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 중 228위에 오른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한전의 신용등급을 국가(한국)보다도 한 단계 높은 ‘A1’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의 효율성과 성장성 측면에서는 독점적인 국내 전력시장의 공기업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전의 미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왜 입사하고 싶은가’ 정년보장 안정성이 41%

‘망하지 않을 회사’ 꼬리표가 성장 저해 시각도

<1>‘전력계 노벨상’ 에디슨 대상 두 차례나 받아

한전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 전력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전에는 ‘절대 망하지 않을 회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6개 자회사로 분리된 발전 부문과 전력의 최종 수요자에 전력을 파는 모든 과정을 수직 계열화한 덕분에 누리는 ‘규모의 경제’도 크다.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과 전력 관리 능력은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은 세계 전력 산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디슨대상을 1997년과 2006년에 걸쳐 두 차례 받았다.

권오형 한전 경영지원본부장은 “한전은 전력손실률 4.5%, 가구당 정전시간 18.8분 등 세계 최고의 전기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오래 안주한 공기업의 ‘태생적 한계’는 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며 연 6%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굳이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키우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인센티브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 전체 매출 99.7%는 국내서 올린 것

2006년 한전의 전체 매출의 99.7%(26조9006억 원)는 국내 시장의 전기 판매였다. 해외사업 등 부대사업의 매출액은 0.3%(784억 원)에 불과했다.

전력 사용량이 늘거나 전기요금이 올라야 수익이 느는 사업구조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만 매달리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낳았다는 분석이 많다.

한전 역대 사장 16명 중 한전 내부 출신은 2명이며 정치인 관료 군인 출신이 14명일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전 직원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은 뛰어나지만 변화와 혁신에 둔감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전은 지난해 사업부별로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 경쟁을 유도하는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문화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4월 취임한 이원걸 한전 사장은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한전의 주요 수익원이 전기요금인 상황에서는 늘 피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전력기술 회사로 도약하지 못한 채 10년 이상을 더 간다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전력 사용량 증가율은 1990년대 연간 10%대였지만 2000년대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2015년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력 사용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면 한전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원가 인상 요인을 전력판매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유연탄 우라늄 등 발전용 연료의 가격 상승으로 원가 인상 압박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의 당기 순이익은 2005년 2조4486억 원에서 지난해 2조705억 원으로 줄었다.

<3>“해외시장서 미래 동력 찾는다”

기업으로서 한전에 대한 평가는 주가에도 나타난다. 한전의 시가총액은 회사의 순(純)자산가치의 70%(PBR·주가순자산배율 0.7)에 불과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최하위 수준이다.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低)평가된 셈이다. 역으로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면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한전은 신(新)·재생 에너지 등 신규 수익원 발굴과 발전소 건설 플랜트 수출과 연계한 해외자원 개발 등 해외사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해외사업 매출을 올해 2345억 원에서 2015년 3조8000억 원(매출의 8∼10%)으로 끌어올리고 세계 최고의 글로벌 종합 에너지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한전은 필리핀 중국 등의 발전소 건설과 운영, 나이지리아 석유가스 탐사 등 해외 자원개발, 중국 풍력발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아프리카 전력시장 진출에 나서고 포스코와 손을 잡고 발전용 연료전지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여러 측면에서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태생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글로벌 인재 육성과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벗어나기 위해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전을 퇴직한 한 사원은 한전의 조직문화에 대해 묻자 ‘한전식 코끼리 냉장고 넣기’라는 말로 대신했다.

“사장이 한전 간부에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라고 하면? 답은 ‘과장을 찾아 지시한다’예요.”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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